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정아줌마 May 16. 2024

자매대첩

엄마 생일선물을 둘러싼 자매들의 신경전

사건의 발단은 내 생일선물이다. 매년 셋이서 1/N로 선물을 했었다. 재작년이었나 받고 싶은 게 없다고 했더니 며칠을 고민하고는 쓰지도 않는 화장품을 선물하기에 올해는 받고 싶은 걸 미리 말해두었다. 큰 아이는 기숙사 생활하느라 미처 듣지 못했고 둘째셋째만 오키~접수완료 상태!


나는 식물을 좋아한다. 그런데 막상 데려오는 건 겁이 난다. 잘 키울 자신도 없고 저 세상으로 보낸 애들이 몇 있어서 내 돈 주고 사기 아까운, 그러나 갖고 싶은 어찌 보면 참으로 소박한 욕심이다. 내 선물이 될 식물의 조건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자랄 있어야 하고 꽃보단 사시사철 푸르른 다. 크면 좋겠지만 가격이 비싸지니 적당히 올려둘 수 있는 사이즈면 된다. 찾다 보니 금전수 바로 너로구나. 돈 들어온다는 나무 이왕이면 다홍치마다~ 둘째에게 그렇게 생일선물을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셋이서 나누면 1~2만 원씩만 부담해도 엄마 소원성취가 가능하니 나쁘지 않다. 역시 아이들에게 선물 받은 거니 신경 써서 키울 것이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그야말로 서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생각대로 흘러만 간다면 세상은 항상 평화롭겠지~


큰 아이가 아파서 급히 대구를 갔던 뒷날이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낮에 잠시 속이 안 좋다는 연락을 받았던 터라 저녁 내내 걱정이 되었다. 밤 10시가 다되도록 연락이 안 된다. 10시가 좀 넘어서야 메시지 답을 하길래 걱정을 앞세운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비가 와서 우산 쓰고 맥도널드를 가느라 연락을 못 봤단다. 그게 그렇게 큰 일이냐고 되려 엄마를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한다. 어제는 분명 안타깝고 사랑스러운 딸내미였는데 하루 만에 서운하기 그지없는 딸내미가 되었다.


'아.. 맞다.. 김 씨 피가 흐르지.. 아차차....'


지가 살만하니 걱정하는 엄마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렸나 보다. 친구들이랑 수다 떠느라 못 봤어요 하면 끝일 것을 끝까지 엄마의 염려가 이해가 안 된다는데 할 말이 없다. '됐다. 별 일없으면' 그렇게 연락하고 돌아 앉는데 화가 난다. 그렇게 이틀 정도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그리고, 어버이날이 되었다. 유치원 때는 억지로라도 만든 카네이션이라도 받았는데 이런 젠장 아무것도 없구나! 제일 친한 친구랑 열심히 자식들 험담을 하던 중이었다. 초인종이 울려 받아보니 금전수배달이다. 큰 아이가 보낸 거였다. 선물은 생각지도 못할 때 받는 게 가장 기분 좋은 건가 보다. 큰 딸의 이벤트에 화가 풀린 건 당연지사. 엄마도 속 좁게 굴어서 미안해 오구오구 닭살 돋는 메시지를 몇 번 주고받는 사이 서운함이 싹 달아났다. 


그런데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다.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온 둘째가 화분을 보더니 이런.. XX 언니한테 화가 단단히 났다. 


"아니 어젯밤에 엄마 생일선물 뭐 받고 싶어 하시냐고 해서 가르쳐줬는데 혼자 홀랑 보내다니!! 이건 예의가 아니지! 선 넘었지!!!"


인성까지 들먹이며 나빴어 나빴어를 외치며 난리도 아니다. 언니한테 말해봤자 '응 그래' 할걸 아니까 혼자 약이 올라 씩씩거린다. 옴마야. 맞다. 얘도 김 씨였지... 누가 이길까.... 조심스럽게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야지 여기서 누구 편을 들어줄 수도 없다. 큰 아이의 얍삽함도 웃기고 그게 또 부아가 나는 둘째도 귀엽다. 


내 생일은 5월 16일이다. 바로 오늘. 며칠 전부터 언니가 보낸 거보다 더 큰 화분을 주문하겠다고 눈이 빠지게 핸드폰만 들여다 봤다. 비싼 건 싫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아빠랑 의논하고 고민하고 고르더니 어제 집으로 도착했다. 해피트리란다. 일단 크기가 언니가 보낸 거보다 3배는 크다. 막내랑 둘이서만 지분을 내고 철저히 큰 아이는 제외했다. 엄마 생일 선물로 용돈을 플렉스 해버렸다. 막내는 큰 누나랑 같이 했으면 부담이 적었을 텐데 어쩌고 저쩌고 궁시렁 궁시렁. 얼떨결에 용돈을 많이 지출한 막내만 억울하다. 그런 막내의 속은 아는지 모르는지 둘째는 언니가 보낸 거보다 이쁘고 좋은 거라고 계속 어필하느라 바쁘다.


"엄마, 이거 사진 찍어서 언니한테 자랑해요 얼른요. 우리 거가 훨씬 이쁘죠 맞죠?? 언니 거는 못났어 흥!"


아이고, 귀여운 것들. 엄마는 어쩌다가 이쁜 화분을 두 개나 받았네~올해는 제대로 수지맞은 생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3 스트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