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 내 여동생은 25여 년 만에 처음으로 셋이 외출했다. 아닐 거라며 동생이 이의를 제기해 머리를 모아 셋이 외출한 마지막 기억을 골똘히 더듬어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엄마와 중앙시장을 갔을 때다. 척지거나 누구 하나 떠나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렇게 된 이유는 바로 동생의 이른 결혼으로 우리 곁엔 항상 조카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쁜 조카들을 우리가 데리고 다니지 구태여 다른 가족들의 손에 맡기고 셋이 외출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이날 조카들은 전날 근육통이 올 정도로 신나게 놀아, 우리들의 외출에 동행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다)
어떤 특별한 일을 하거나,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평소처럼 아웃렛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쇼핑하고, 주변 맛집에서 만두전골 먹고, 한적한 곳 분위기 좋은 카페 찾아 눈과 입의 즐거움을 누렸다. 이 소소한 과정 안에서도 만약 가족들이 다 함께 다니면 쇼핑 말고 다른 일 하고 싶은 사람, 다른 메뉴 먹고 싶은 사람, 이제 카페에서 일어나고 싶은 사람 등 각각 원하는 것이 다르다. 그런데 성인 세 모녀만 다닐 때는 원하는 바가 크게 갈리지 않는다.
동생이 고른 메뉴를 엄마와 나도 좋아하고, 내가 고른 장소를 엄마와 동생도 좋아한다. 엄마가 좋아하는 건 나와 동생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이 같다는 간편함의 연대. 친한 친구 사이가 이렇듯, 우리는 어느덧 베스트프렌드가 되어있다. 그리고 나는 우리 여자 조카도 조만간 이 연대에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한다.
(P.S. 물론 다른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다른 맛의 행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