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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C Feb 27. 2023

불안 해소 키워드 ‘막상’

디디고 있는 지축이 흔들리는 듯한 불안이 종종 있다. 이 불안은 심장 언저리를 압박하고 숨쉬기를 답답하게 한다. 나의 경우 이유는 있다, 새로운 환경에 놓일 때.


애정이 깊었던 첫 부임지를 떠나 1년 만에 갑작스레 큰 기관으로 가게 되었다. 새 기관 첫 출근 시일이 다가올수록 불안도 같이 커진다. 집 근교, 상급 기관으로 가는 일은 분명 흔치 않은 좋은 일인 데다 막상 출근하면 다 괜찮아질 것을 알면서도 불안은 작아질 줄 모른다. 남편에게 불안을 호소하면 ‘막상 가면 잘해 낼 걸 알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한다. 위로에도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왜일까? 나는 이 글을 적어 내려가며 그 이유를 깨닫는다.     

 

‘막상 출근하면 괜찮다. 막상 출근하면 잘해 낸다.’

핵심은 ‘막상’에 있다. (막상: 어떤 일에 실지로 이르러)      


평소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때는 상황이 통제에 들어오지 않을 때다. 심지어 그게 즐거운 여행일지라도 준비되지 않은 급여행은 나를 불안하게 한다. 처음 가는 기관의 낯선 자리와 사람들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통제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껏 불안의 원인을 내성적 성격을 가진 나 자신에게 초점 맞춰왔다. 불안의 화살에 ‘사교적이지 못한, 내성적인, 더 씩씩해야 하는’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내게 던졌고, 그 화살을 그대로 맞으며 자책했다. 그러나 이제 알 것 같다. ‘통제되지 않은 상황이 주는 불안’ 즉, 불안은 나의 바깥 상황에 있는 것이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나를 다그치는 방법 보단, 1주일 정도 그냥 상황을 겪어내 통제 영역을 키워가는 수밖에 없다. 자리가 어디인가 살피고, 업무가 무엇인가 파악하고, 함께 일할 사람과의 인사를 모두 마치면 그때야 이 불안이 끝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당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나 자신을 다그치거나 용기를 북돋울 일은 없다. 차라리 상황이 얼른 닥쳐와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 ‘막상’의 의미처럼 ‘어떤 일에 실지로 이르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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