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제주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레야 할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서툰 운전 실력으로 렌터카를 몰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수리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다는 렌터카 사기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제주 렌터카’로 검색해 가장 상위에 뜨는 곳이 그나마 안심이 되어 그곳으로 예약하고 여행을 떠났다. 걱정과 달리, 직원은 친절하고 차는 쾌적하며 가격은 합리적이었고, 그게 좋은 기억이 되어 이후 제주를 갈 때마다 그 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겨울, 그 업체를 찾았을 때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차 옆면 절반을 차지하는 큼지막한 렌터카 자사 광고 때문이었다.
그 광고문은 마치 ‘내가 바로 관광객이요’ 홍보하는 것 같았다. 주요 광고전략 중 하나는 대중에게 제품, 브랜드를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다. 유튜브의 수많은 중간광고가 ‘몇 초 후 바로 넘김’ 당할 운명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는 것도 최대한 많은 노출을 통해 소비자의 무의식에 침투하려 함 때문일 것이다. 렌터카업체도 이런 맥락으로 광고전략을 짠 것 같으나 이는 다분히 업체 입장만 반영한 처사로 느껴졌다. 이용자 입장에 선 나는 큼지막한 홍보문구가 새겨진 렌터카를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최근 제주도 한 달 살기, 촌캉스 등 한 동네, 한 숙소에 오래 머무르며 그 동네 주민처럼 지내다 오는 여행이 유행이다. 나도 재작년 15일, 작년 6일간 제주 어느 한 마을에 오래 머무르며 여유 있는 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내가 소비자로서 사고 싶은 서비스는 단순 차량, 숙박 이용이 아니라 그 마을과 자연을 온전히 만끽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한 곳에 머무르며 여러 골목 사이사이를 천천히 누리고 다녀도, 숙소에 돌아왔을 때 주차장에 떡하니 ‘나는 관광객이요’ 홍보하듯 서있는 차를 보면 그저 어중이떠중이 관광객이 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엔 여름 한 철 장사로 폭리를 취하는 업체와 관광객에 바가지를 씌우려는 업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다. 바다 여행 중 항구 회센터를 이용할 때 얼뜨기 여행객이 아닌 척, 자주 와본 척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누구도 자신이 관광객임을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지 않다.
내가 만약 그 렌터카 회사 사장이라면, 당장 큼지막한 광고문구를 떼고 작은 회사 로고를 깔끔하고 세련되게 차 한쪽 구석에 붙일 것이다. 그리고 장기 숙박 연계 서비스를 찾아보고 내 차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할 서비스 가령, 깨끗한 차량 내부 청소 등 렌터카 본원의 서비스 질을 높여 이용자가 쾌적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더 집중할 것이다. 최고의 광고는 '입소문'이라는 것을 최근 여러 책을 통해 확인했는데 업체가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기존 이용자의 서비스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