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만 권의 적지 않은 소장량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는 도서관에 없는 1권의 책을 찾아 비치 희망을 신청한다. 그 양이 매주 적게는 70권, 많게는 170권 정도인데 그나마 월 2권으로 제한하고 있어 이 정도 수치에 그치고 있다. 21만 권에 포함되지 않아 비치 희망이 들어오는 도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좁은 영역, 깊은 내용을 다룬 책
전쟁, 베이킹, 뜨개질, 특수 교육 관련 책들이 이에 속한다. 연구자, 사업가, 집필가 등 관련 분야와 깊게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용자가 매주 관련 도서를 깊게 판다.
둘째, 방금 막 나온 따끈한 최신 책
어린이 도서 중 흔한남매, 설민석 역사 시리즈 등 인기 많은 학습만화 시리즈는 출간되기도 전에 희망도서 신청부터 들어온다. 일반 도서 중 근래 꾸준히 요청 들어오는 책은 ‘부동산 투자’와 ‘챗 GPT’ 관련 책이다. 특히 챗 GPT는 작년 11월에 출시되어 그 등장이 반년이 채 안 됐는데 관련 도서가 쏟아지고 있다. 사족을 붙이자면 챗 GPT는 사람보다 생산성이 100배 높아 이미 일자리 잠식이 시작됐고 전 세계적으로 3억 명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한국경제」 23.4.4.) 미국 IT 개발자 정리해고 칼바람도 본인들이 개발한 AI에 일자리를 뺏겨서라는데, 언젠가 챗 GPT가 나 대신 수서 업무를 한큐에 해내는 시기도 올 것 같다. 이런 챗 GPT 확산에 도움을 주는 것은 제 살 깎아 먹기가 아닐까... 농담 반, 진담 반 생각하며 관련 책을 도서관에 비치하기 위해 구입 목록에 담는다.
이용자 희망도서 접수 업무를 하면 이처럼 좁고 깊은 영역을 파고들고 최신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고자 하는 이용자의 면모를 만날 수 있는데, 이 모습이 최근 읽은 문장 중 가장 꽂혔던 말과 부합하여 큰 영감을 준다.
‘한 문제, 한 난관, 하나의 미지의 것에 대해 그때그때 행동을 취하라.’-엠제이 드마코 (『언스크립티드』 저)
이용자들은 미지의 영역을 모르는 채로 남겨두지 않는다.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배우고 깊게 판다. 요즘 성인 1인당 1년 평균 독서량이 4.5권이라는데 이용자 희망도서 신청 목록엔 미지의 것을 향한 전투의 흔적이 엿보여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