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서C Mar 16. 2023

수서양단(收書兩端)

쥐가 머리만 내밀고 두리번거린다는 뜻의 우유부단을 나타내는 수서양단(首鼠兩端). 요즘, 다른 의미의 수서양단(收書兩端)을 겪고 있다.

수서(收書). 책을 거둔다는 뜻으로 어떤 책을 들 일 것인지 결정하여 자료실에 비치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중 음악 신청받는 DJ처럼, 이용자가 신청한 도서를 들이는 것을 ‘희망도서 수서’라 한다.     


오래되고 비싼 책, 개인학습서, 만화는 희망도서 수서에 배제되는 대표적 도서다. 오래된 책(5년)과 비싼 책(5만 원)처럼 객관적 숫자에 의해 심의에서 탈락하는 도서도 있으나, 개인학습서와 만화처럼 사서가 보는 관점에 따라 탈락 여부가 달라지는 책도 있다. 판단하기 가장 난감한 것은 인기 유튜버 등장 만화다. 지식이 양념처럼 첨가되어 있어 학습을 도모하는 책으로 보고 들 일 것인지, 단순 흥미 위주 만화로 보아 탈락시킬지, 고민스럽다. 되도록 비치해 주려는 입장이지만, 양질의 도서만 걸러 수서 해주길 원하는 어린이실 담당자 의견이 있어 시원스럽게 결정하기도 어렵다. 아마 부모님들의 마음도 비슷할 것 같다. 책에 손을 안 댈 바에야 학습만화라도 읽히는 것이 나은지.     

 

정답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이용자가 체험하는 도서관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에 따라 어느 정도 판단의 윤곽을 잡을 수 있다. 중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공부하기 위해 방문하는 도서관이 아닌, 어릴 때부터 즐거움, 편안함, 친숙함을 주는 도서관이 되면 좋겠다. 인기 유튜버 학습만화는 이런 면에서 한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다른 일을 하다 들었던 말 중, 판단하기 어려우면 ‘서비스 이용자 입장을 기준으로 생각하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린이실 주된 이용자는 ‘학부모인가, 어린이인가?’


질서가 필요한 도서관과 이용자가 희망하는 도서, 양단에서 고민하는 요즘 수서양단(首鼠兩端)에서 수서양단(收書兩端)을 떠올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첫 부임지를 떠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