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령 1년 2개월 만에 자리를 옮긴다. 아쉬움을 조용하고 나직하게 느껴보라는 뜻인지, 마지막 근무일에 저녁 8시까지 당직근무를 하고 홀로 불 꺼진 도서관을 돌아볼 수 있었다. 오래된 건물 정면에는 ‘당신의 꿈, 도서관과 함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도서관은 몇 명의 꿈과 함께했을까, 적어도 여기 나 1명과는 함께했다. 비전공자에게 경쟁률로 악명 높은 공무원 시험을 통과해 도서관에 앉는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그 꿈을 이뤄준 첫 번째 도서관.
이용자의 발소리에도 안절부절못했던 초임 사서는 아담한 규모에, 든든한 동료들, 따뜻하게 호응해 준 이용자 덕분에 무탈하게 한 해를 보내고 이곳을 떠난다. 우리 도서관에 초임 발령받고 세월 따라 많은 도서관을 돌다가, 다시 이곳의 기관장이 되어 돌아왔다는 관장님처럼 언젠가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다. (하루하루 착실한 노동으로 정년을 채워 그때서야 귀촌할 수 있는 ‘공무원 생활’은 ‘시골 사는 시간 많은 젊은 부자‘라는 나의 새로운 꿈과 크게 충돌한다)
아쉬움과 이별의 슬픔은 진짜로 가는가 하는 어리둥절함과 자리를 정리하는 분주함 속에 묻혔다가 마지막 퇴근길, 묵직하게 그 실체를 드러내며 심장을 뻐근하게 한다. 고즈넉하고 따뜻했던 첫인상 그대로 많은 꿈 품어주는 도서관으로 오래도록 남아있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