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그리고 인간 존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영화를 관통한다.
또한 SF영화이지만 정치를 풍자 패러디 하는 블랙코미디의 성격을 가진다.
SF영화이지만 특수효과라던지 미래 사회에 대한 묘사가 주가 되거나 튀지 않고 영화 스토리를 풀어 나가는 배경이 될 뿐이다.
그리고 SF 영화의 단골 소재인 복제인간에 대한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위험도가 매우 높아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극한 환경들과 각종 생체실험 등을 경험하며 수많은 죽음과 재 탄생을 겪어야 하는 익스펜더블이라고 불리는 복제인간이 되는 직업을 등장시켰다. 익스펜터블이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 자신의 영혼은 별도의 장치에 백업을 해 놓고 신체는 각종 실험에 노출되어 죽게 된다. 그러면 다시 같은 신체를 프린터 하고 백업되어 있던 영혼을 불어 놓는다. 주인공 미키는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익스펜더블에 지원을 하게 되고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미키 17은 이전의 16번의 죽음을 겪고 17번째 프린팅 된 미키인 것이다.
익스펜더블이라는 직업을 가진 노동자인 미키는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각종 실험들을 겪는 와중에서 노동자로서의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그리고 출근과 퇴근의 시간도 명확하지 않고 명확하지는 않지만 좋은 근로조건을 보장받지도 못하는 것 같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자신의 인권과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미래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의 존엄과 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단순히 죽은 후에 계속하여 다시 육체가 프린팅 되어 살아나는 미키의 모습과 이를 그냥 일로서 담담히 받아들이는 미키의 모습도 보인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나 '해피 데스데이' 등에서 보여 주었던 무미 건조해 보이던 타임루프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죽는 것은 어떤 기분이야?" 질문은 미키가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 시작하는 트리거가 되었으며 익스펜더블을 단순 소모품이 아닌 인간으로 봐야 되는 것이 아닌가? 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극 중에서 지도자로 나오는 마샬부부는 부패한 리더십의 대표성을 보여준다. 종교를 이용하여 남을 착취하며 이용하고 아무것도 없는 껍데기이지만 권력을 이용하여 억압을 하면서 적절하게 공포를 이용하여 지배를 정당화한다. 허수아비로서 부인에게 조종당하는 무능하지만 허영심만 가득한 지도자로서의 마샬의 모습은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모습이지 않을까 한다.
멀티플이 나타난 것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의 전개로 주인공인 미키 17 말고도 미키 18 이 탄생하고 이로 인한 혼란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미키 17의 여자친구와 미키 17을 좋아하는 여자가 미키 두 명을 각자 서로 나누자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통해 무겁거나 심각해지지 않게 풀어 나간다.
미키 18은 다소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키 17과는 성향이 다르다. 그리고 미키 17을 관리했던 과학자는 이전의 미키들은 멍청하거나 소심했었다며 복제인간별로 성격과 성향이 달랐음을 말해준다. 신체는 다시 프린트하고 백업해 둔 정신을 다시 주입하여 만들어내는 미키들이 각 호수별로 그 성향이 달랐다는 것은 결국 이들이 소모품처럼 취급이 되었지만 개성을 가진 인간이었음을 의미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한다.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주제와 디스토피아 적인 미래의 모습이 영화의 배경을 이루지만 영화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은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현실적이면서 판타지 적인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들도 종종 있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악인들은 대가를 치르고 모두가 평화를 얻고 미키 17 이 이제 유일한 존재로서 복제인간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게 되는 행복한 결말을 맡게 된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은 날카롭고 현실적인 사회 및 정치 풍자가 있으며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의 모습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웃음과 재미가 있고 삶과 인간 존업성에 대한 철학도 보여준다. 묵직한 주제들을 다루지만 무겁지 않고 디스토피아를 묘사하지만 모두가 행복해지는 따듯한 해피엔딩을 그린다. 호불호가 다를 수는 있지만 꼭 한번 관람을 해도 좋겠다고 지인들에게 추천을 할 수 있는 영화이다.
* 메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