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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울라 최 Oct 18. 2021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김용석 2000

책정보


- 저자 : 김용석



 - 책소개 : 문화의 경계와 인간의 차원을 넘나드는 철학!


문화와 인간에 대한 탐구를 담아낸 철학 에세이『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2000년에 출간되어 '김용석 식 사유'의 시작을 알린 책의 개정판으로, 21세기를 맞아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우리 시대에서 문화와 인간을 탐구하고 있다. 문화의 현주소와 무엇이 인간적인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화 있는 사람'과 '인간 있는 문화'의 세계를 조망하고 있다. 저자는 열림과 닫힘, 유도된 필요성, 미학혁명, 일상성, 사이의 문화, 창조성, 비극성, 자유와 비자유, 감성과 이성, 탈인간성이라는 10개의 키워드로 문화와 인간의 본질을 파헤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문장수집


"인생의 행복은 영생이 아냐, 영원한 젊음이지."

이제는 과거의 것이 된 줄 알았던 삶의 부조리와 모순이 현대문화 속에서도 그 질긴 생명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사람들은 그것을 안고 가거나 최소한 옆에 끼고 가야한다.

흥미로운 것은, 황당한 현실 자체가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극대화된 현실(hyper-reality), 또는 가상현실(virtual-reality) 등의 단어에 익숙해 가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태 속에서 현대인은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그 현실을 즐기거나 아니면 즐기도록 강요받고 있는 사이에, 그 현실에, 아무것도 아닌 양, 익숙해 가고 있다.

평론 자체가 문화의 흡인성 및 투명성과 함께 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평생 놀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한 번쯤은 가져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평생 놀고만 있을 수는 없다. 사람은 '가상적 정지'의 순간들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전체 생애의 아주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인간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문화와 다시 더 재미있게 놀 수 있기 때문이다.

감각, 감성, 이미지는 일상생활 속에 쉽게 있지만, 이성,논리,개념화 작업은 '가상적 정지'의 순간에 주로 이루어지는 작업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현실은 개념보다 항상 더 복합적이고 개념은 현실 앞에서 너무 쉽게 무력해진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문이 있다는 것은 일정한 공간과 함께, 그와 다른 외부 공간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며, 동시에 두 공간 사이의 차단과 소통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는 존재의 독립성, 정체성과 함께, 그 것이 타존재와 유지하는 관계와 연대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은 '신화의 예술가'이다......신화화(mythologize)의 능력은 인간에게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에게 '의식의 확장'을 가능하게 하여 인간 자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좀더 활력 있는 휴머니즘을 이루어가도록 자극하기 때문이다.

롤랑 바르트도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신화를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본다.

신화가 '인간의 신화'라는 것, 신화가 인간 세상의 정치, 사회, 문화적 틀의 구성(이러한 구성은 구체적일 수도 있고 이상적일 수도 있다)에 참여한다는 것, 그리고 신화는 역사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안데르센의 우화는 '닫힌 사회'의 특성을 다양한 차원에서 보여준다.<ex 미운 오리새끼>
이우화에서두 가지 형태의 닫힌 세상을 관찰할 수 있다. 첫째는 오리 무리인데 자연적 성격의 닫힌 세상이라 볼 수 있다. 둘째는 할머니의 집으로 사회적 성격의 닫힌 세상이라 볼 수 있다. 양쪽의 공통점은 '다른 것'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리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들과 모습이 다른 아기 백조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오리의 이웃들도 다른 것이 섞인 부조화를 그냥 보고 넘기지 못한다. 곧바로 뒤따르는 것은 무시와 폭력이다. 다르다는 것이 폭력을 정당화한 것이다. 또한 다르다는 것은 미적으로 낮은 가치와 동일시된다.그래서 그는 밉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무리를 떠나는 것뿐이다.그에게 무리는 문을 닫고 있는것이다. 사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문 밖에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자연적 필연성을 깬 우연적 사건이 겪어야 하는 비극일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집에사는 할머니, 암탉, 고양이는 자연적 조건과 모습이 서로 아주 다르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같이 산다......그들은 '사회'를 형성한 것이다. 이렇게 이해관계로 엮어진 사회의 틀은 그들이 진리라고 믿고 주장하는 것들에 의해 더욱 견고해진다. 할머니는 이 세상에서 제일 지혜로운 어른이고, 암탉과 고양이는 그들이 사는 곳이 최고의 세상이며, 세계의 반을 차지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항상 "우리와 세계(We and the world)"라는 구호를 외치며 으스댄다.
미운 오리새끼는, 모든 것은 다 알고 있다고 믿는 그들에게, 아무런 의견도 제시할 수 없다. 그는 '우리'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이다......아기 백조는 자신을 본질적으로 개조하거나, 아니면 그 사회에서 나올 수밖에 벗는 것이다. 그는 잠시 그 사회의 문 안에 들어갔으나 전혀 적응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니 그 사회가, 사회의 진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에게 적응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미운 오리새끼로 태어나 다 자란 아름다운 백조가 될 때까지 그가 경험한 것은 닫힌 세상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차이성 때문에 그는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성숙한 백조가 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을 때에 그를 받아준 곳도 사실은 백조들의 닫힌 사회였다. 백조로서 그의 정체성은, 자연으로 주어진 조건으로, 백조들 사이에서는 즉각적으로 동일화 될 수 있었다.

그의 여정은 다름아닌 닫힌 사회에서 출발하여, 닫힌 사회를 거쳐, 닫친 사회에 안주한 것이다. 그 자신에 맞는 '우리'를 찾은 것이다.
......
각각의 닫힌 사회는 마치 하나의 소우주(micro-cosmos)처럼 존재한다. 그것은 코스모스의 어원이 보여주듯이 그 안에서의 조화, 안정, 질서를 '주어진 조건'으로 유지하려는 사회이다.

소설<우리 - 예브게니 자미야찐 1922>에 묘사된 미래 사회에는 개인주의와 자유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포퍼의 저서<열린 사회와 그 적들>도 사실 '우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마술적 사회나 부족사회, 혹은 집단적 사회는 닫힌 사회라 부르며, 개개인이 개인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회는 열린사회"라 부른다.
 

개인은 자기의 정체성과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닫음을 필요로 할때가 있고, 타자를 인정하고 수용하기 위해 엶을 행할 때가 있다.

20세기 철학계의 이단아 파이어아벤트(P.Feyerabend)가, 말기 암환자의 고통 속에서도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난 후 무엇인가 생해 있기를 바라며 남긴 말은 가슴에 와닿는다. 그가 바란 것은 "지성적 생존이 아니라 사랑의 생존(not intellectual survival but the survival of love)"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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