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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울라 최 Jun 18. 2023

나는 불행했다.

2023-6-17

오늘 아침 6시가 되기 전 상쾌하게 눈을 떴다.

그런데 왠지 집안 공기가 축 쳐져있었다.

남편 표정이 어둡고 불편해 보였다.

불안했다.

"긴 병에 효자 없다"

중증환자 판정받은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남편은 벌써 본인과 아들 걱정만 했다.

나는 덜컥 겁이 났고 버려질 것만 같았다.

나의 불안은 버려질 것 같은 마음에서 항상 시작된다.

나는 화가 나서 남편에게 강하게 쏘아붙였다.

장기전으로 마라톤을 달려야 하는 상황에서  남편은 두 걸음 뛰고 포기한 것과 같다.

"내가 아픈 건 당신 때문이야"

내뱉고 싶지 않은 말을 뱉어버렸다.

너무 외롭다.


오전 11시 ,

지인 소개로 대전에 있는 한의원 갔다.

오래된 건물, 까다로운 주차, 이상한 건물구조, 복도에 축축한 곰팡이 냄새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니 한의원이 있었다. 

현상태의 심각성.

목과 어깨, 승모근에 힘을 빼야 한다는 루션을 얻었다. 가급적이면 수술은 피하라고 위험하다고 하셨다. 혈압도 낮고 기력도 없고...

또 가슴이 덜컥.

치료실 침대에 누워서 엉엉 울었다.


행복한 나에게 왜 이런 불행한 일이.

나는 행복했다.

유쾌한 원가족 대충 살아도 좋은 결과  

남편 아들 그리고 올해 겨우 안정된 생활과 마음의 평화를 찾아 인생을 행복한 날들로 꾹꾹 채우고 있는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하지만,

나는 불행했다.

그래서 과하게 행복한 척했다.

남들 앞에서 행복한 척했지만 끊이지 않는 갈등과 불화, 재능이 있었지만 노력하지 않았던 거만함,

결혼 전 고통, 출산 후 불안과 긴장감, 아들을 너무 사랑하지만 힘들었던 육아, 남들과 비교되는 삶.

숨기고 싶었던 나의 불행.


나는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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