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0권. 20세기 유럽 문학을 대표하는 포르투갈의 국민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 포르투갈어 원전 완역본으로 출간되었다. 페소아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불안의 책>은 이미 두 차례나 출간되긴 했으나 이탈리아어 판본과 독일어 판본을 중역한 것으로, 포르투갈어 원전을 완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안의 책>은 페소아가 생전에 완성한 작품이 아니라 사후 연구가들이 유고 더미에서 찾아낸 미완성 원고를 엮은 책이다. 그 때문에 편집본마다 수록된 텍스트의 수와 배열 순서가 다른데, 문학동네에서는 페소아 연구가로 유명한 리처드 제니스의 포르투갈어 편집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페소아는 수많은 이명(異名)을 통해 '하나'의 나가 아니라 동시에 여러 공간에서 실재하는 '복수'의 존재를 구현한 모더니스트다. <불안의 책> 또한 이명 인물의 작품으로 작가와 가장 흡사한 반(半)이명 베르나르두 소아르스의 고백적 단상들로 이루어졌다. 작품을 구성하는 481개의 텍스트 속에는 페소아가 일평생 추구했던 내면의 성찰과 감각적 사유가 깊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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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집
"인생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으로 가는 마차를 기다리며 머물러야하는 여인숙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원했던 것은 너무나 적었건만 그마저도 주어지지 않았다. 한줄기 햇살, 가까운 들판, 한줌의 평온과 한 쪽의 빵,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지 않기, 다른 이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다른 이들로부터 아무것도 요구받지 않기.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거부당했다."
"정말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의 목소리가 혹시라도 수많은 목소리들의 본질, 수많은 삶들이 열망하는 자기표현, 그리고 일상에 매인 운명, 부질없는 꿈과 가능성 없는 희망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나를 비롯한 수많은 영혼들의 인내심을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11
기도문
우리는 결코 자신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두 개의 심연, 하늘을 응시하는 우물입니다."
"내가 느낀 것을 글로 쓰는 이유는 느낌의 열기를 가라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별들이 반짝이는 광대한 하늘과 무수히 많은 영혼들의 수수께끼, 알 수 없는 심연의 밤과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혼돈, 이 모든 것 앞에서, 영혼의 단상을 종잇장에 적는 일과 장부에 숫자를 기입하는 일은 도라도레스 거리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이고 어마어마하게 광대한 우주 안에서 너무나 사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