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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라니 Oct 22. 2024

그 흔한 Thanks도 아까운 그녀

그때 그것이 최선이었을까



어학원에서 준비한 팍상한 폭포를 가고 싶었지만, 긴 이동시간으로 피로를 쉽게 느끼는 아이에게 무리인 일정이라고 생각하고, 소피텔 마닐라를 예약했다. 체크인하려고 기다리는 줄이 즐비할 정도로 인기 많은 호텔이었다. 체크인할 때 직원이 조식 무료는 어른인 나만 된다고 다소 거만한 태도로 말을 했다. 기분이 상하였지만, 예약확정표를 보며 아이 무료 항목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영어가 아니면 자신은 모른다며 아이 한 명당 2200페소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 실랑이를 하는 것은 뒤에 즐비하게 늘어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체크인 후 다시 확인하겠다고 말했음에도 그녀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도 지지부진한 의견대립이 계속되자 그녀가 이따 다시 오라고 이야기했다.


쾌적한 방에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수영장으로 보낸 후, 소피텔 규정과 예약사이트의 항목을 열심히 찾았다. 예약사이트 상담원은 아이 한 명은 무료지만, 다른 아이는 700페소라는 금액을 지불해야하고, 결제하면 내 계좌로 페이백해주겠다고 마무리하였다.


700페소를 지불할 때 또 맞닥뜨린 그 직원. 일언 반구도 없이 나의 카드를 받아서 결제하고 나보다 키도 작은 사람이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전해주듯 내 카드를 돌려주었다. 아까 전 수차례 아이들의 나이를 이야기해도 듣지 않던 그녀 입에서 아이들 나이를 묻는 말이 나왔다. 하도 말해서 식상하기까지 한 ‘Thank you’마저 그녀에게 아까웠다. 작은 복수심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호텔측에 컴플레인을 할 생각으로 그녀의 이름이 Stacy라는 것을 명찰에서 확인하고 기억했다.


3배도 넘는 금액을 말하며 시종일관 무례했던 태도까지 더해져 마음이 상했지만, 나의 불쾌함을 아이들이 모르고 즐겼으면 했다. 체크아웃까지 불쾌한 마음을 한쪽으로 미뤄두고 느긋하게 호텔 안을 즐겼다. We deserve it! 아이들도 나도 적응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드리려고 애썼으니 호캉스를 누릴 만 했다.


기숙사로 돌아가면 그녀의 태도에 대한 불만을 호텔에 항의 메일을 보내려고 생각했다. 어학원 선생님들의 “How was your last weekend?” 질문에 무례했던 소피텔 직원 Stacy의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선생님들은 꼭 항의 메일을 보내라고, 호텔에 가는 이유는 좋은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가는 것인데 나는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것이라고 자신의 일인 것처럼 속상해 했고, 내 행동을 뒷받침할 만한 이유를 보태주었다. 시간이 지나자 내 귀한 시간을 더이상 그녀에게 할애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를 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시작하려고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두려움이 내 발목을 잡는다. 호텔 직원의 무례함에 불평을 담은 이메일을 쓰는 것도 크게 마음을 먹어야 가능했다. 아이들에게 나의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아무말 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핑계였을 지도 모른다. 이메일을 보내려면 불쾌한 나의 감정을 끌어올려야 하고, 그걸 다시 영어로 정중하되 단호하게 표현해야 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럴 바에는 아름다운 석양을 한 번 더 보고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며 맥주 한잔 마시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평온한 시간을 즐겼다. 속으로 말했다.


"그녀의 불쾌함을 제대로 말 못하는 쫄보면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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