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는 자유예요
퇴사를 하기 전, 스파 브랜드에서 [ DOBBY IS FREE ] 문구가 적힌 양말을 한 짝씩 사서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선물을 했다. "도비는 자유예요"를 외치며 쿨하게 퇴사한 후, 가장 먼저 계획했던 건 해외여행이었다. 일만 하며 지내온 나의 20대 시절에 대한 보상이었다. 30년 가까이 살면서 해외여행은 고등학교 때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것이 끝이었고, 하물며 가까운 제주도도 한번 못 가봤다. 누군가를 부양할 의무도 없고, 일도 그만둔 지금이 아니면, 해외여행은 내 평생 꿈도 꾸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행을 결심헀다.
여행 갈 곳은 이왕이면 커피와 관련된 곳이면 어떨까 하며 찾아보던 찰나 지인이 중국 상해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2019년 11월 짐을 챙겨 중국으로 떠났다. 차(TEA)도 아닌 커피와 중국. 무슨 상관관계냐 싶겠지만, 중국의 커피 소비량의 매년 15%씩 증가 추세에, 앞으로도 고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업게에 지배적이었다. 또한 당시 중국에서는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루이싱 커피가 떠오르고 있었다. ( 중국 내 루이싱 커피는 22년 6월 기준 7195개로 집계되었다. ) 많은 사람들이 커피 하면 차라리 일본이나 이탈리아가 더 낫지 않나 하며 물어왔지만, 급속도로 커피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고 동시에 오래전부터 차 (TEA) 문화가 발전된 중국이라면 좀 더 색다른 것을 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당시 중국으로 진출하는 한국 바리스타들도 꽤 있었다.
출국하는 당일은 굉장히 설레었다. 처음으로 타보는 비행기와( 일본 수학여행 떼는 배 타고 갔었다.) 해외로 떠날 생각에 들떠있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타고 하늘로 이륙하는 순간, 기체가 흔들려서 무서운 나머지 손잡이를 꽉 잡았다. 옆에서 동행하던 지인은 그 모습을 보곤 쫄보라며 놀렸다.
일행에게 비행기 좌석은 일부로 창가석으로 잡아달라 부탁했다. 처음 타보는 비행기가 마냥 신기했던 29세의 남자는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비행 동안 하늘을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하늘을 날아 드디어 드넓은 땅 중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