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2일 매장을 오픈했다. 매장을 오픈하면 오픈 빨이라는게 있는데, 유동인구가 워낙 적어서인지 오픈 빨은 전-혀 없었다. 첫날이라서 그렇겠지 하며, 마음을 다져보는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점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 이러다, 망하겠는데? "
개인이 하는 곳이다 보니 홍보성도 떨어지고, 유동인구도 적은 데다 아무래도 매장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손님들이 들어오길 꺼려하는 듯했다. 이래서 다들 체인점 하는구나?
그러다 결국 2020년 1월 24일 일이 터졌다. 오전 8시에 오픈해서 오후 8시까지 33,000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금이야 웃으며 그런 날도 있었네 하며 말하지만 저 당시에는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하루 매출 33,000원이라니 어디 말하기도 부끄러운 매출 아닌가? 자괴감과 앞으로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날은 너무 답답한 마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집까지 걸어서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데 왜 그리 서러운 건지, 눈에서 자꾸 눈물이 났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서러운 마음에 울면서 계속 걸었다. 눈물을 닦아가며 집으로 가는데 친구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 마, 어데고 "
" 집 간다 "
" 니 목소리 와글노?, 우나? "
" 운다. 새꺄"
내 매장 하나 오픈해볼 거라고 돈 아껴 가면서 살아왔는데, 고생한 세월이 고스란히 날아가는 듯했다. 먹고 싶은 것도 참고 사고 싶은 것도 참아가며 모아 온 돈이었다. 그래서 서러운 마음과 눈물이 더욱 났던 것 같다.
친구 녀석은 내심 걱정됐는지, 그 뒤로 자주 찾아와서 일부러 커피도 마시고 물건도 사서 가곤 했다. 어려울 때 참 많이 도와줘서 정말 고마운 녀석이다. 그래서 지금은 감사의 의미로 해마다 명절이 다가오면 작은 선물을 보내고 있다.
나는 33,000원이 적힌 매출 전표를 뽑아 지갑에 아직도 넣어 다닌다. 조금이라도 장사가 잘돼서 자만심이 생기거나, 나태해질 때쯤 한 번씩 꺼내어 보고 있다.
[ 이런 날도 있었지. 언제 다시 바닥으로 내려 갈지 모르니 열심히 하자. ]
하며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가끔 처음에 장사가 잘됐으면 어땠을까 하며 생각해보곤 하는데 자만심과 건방짐이 하늘을 찔렀을 것 같다. 어쩌면 저 때의 기억 덕분에 아직도 버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