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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혜숙 Sep 15. 2022

열차 안에서 펼친 생각 여행

 ktx 입석을 이용한 천안방문기

    아침에 큰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추석전전 날이기에 귀성객 인파와 같이 내려가게 되는 일이 걱정이 되어 교통편을 알아보았다.  급하게 서울에서 천안아산역에 가려 하니 추식전이라 고속버스나 ktx 등 모든 교통편이 마감이 되어 난감한 동생이 입석 이용을 제안했다. 표가 없어도 열차에  탈 수 있고 탄 후에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리가 짧으니. 삼십분 정도 서서 가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아 쉽게 결정을 하고 서울역에서 경부선 ktx에 올라 탔다.


    누군가 직원같은 분이 보이기에 손을 들어 표를 안 끊었다고 얘기하니 다른 분이 결제를 하러 오니 기다리라 했다. 천안아산역에 도착할 시간쯤 직원분이 지나가시기에 손을 들고 카드를 내밀면서. "천안아산역"이라고 도착지를 밝혔다. 그 분이  이 열차는 천안아산역에 서지 않고 대전까지 가는 열차라며 눈빛으로 어떡하냐는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 순간 대전까지 가야한다는  거리감과 비용도 두세 배 될거라는 예상에 나도 모르게 당황함이 담긴  애절한 눈빛으로 그 분을 바라보았는지   대전까지는 표를 안 끊을 테니 대전에서 표를 끊어 다시 타시라는 말만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그 분의 따뜻 마음과 곤란한 상황이 느껴져  실수에 대한 자책감이 느껴지기는 했어도 안도감으로 남은 시간을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보냈다.


   자리가 정해져 있는 것과 자리정해지지 않아 상 따라 자리에 앉아 갈 수도, 서서 가야할 수도 있는 것에서 오는 마음의 안정감은 차이가 클 것이다.  무엇이든지 내 것이란 것과 남의 것을 빌리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생이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한평생을  살아왔다. 그 자리를 빌려서 살다가 누군가에게 넘겨줘야할 때가 오면 삶을 반납하고 먼 여행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대부분은 잊고 철옹성 같은 성을 쌓으려 사는 내내 애쓰며 살고 있다. 내가 떠날 때 가볍게 떠나기 위해서는. 어떤 모습으로 삶을 즐겨야 하나를 생각하고 오다보니 대전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 천안아산역으로 갈아탔다.  입석행을 선택하니 시간제약도, 인원제약도 없어 자유가 주어졌다. 언제든지 서있을 각오만 돼 있다면 갈 수 있다는 무제약에 일단 편하고 좋았다. 잘만 확인했다면 무정차 역이 어딘지 알아 다시 와야 하는 오늘같은 불편함은 겪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큰어머님의 일생에 좋은 추억이 많으셨기를, 하늘 나라에서 좀더 편안하시기를 마음 속으로 바랐다. 한 번 왔다 가는 길이 꽃길이기만을  바랄 수 없지만 따뜻한 역무원 같은 분도 만나고 차창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도 눈에 담는 포근한 여정을 추억으로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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