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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혜숙 Oct 26. 2022

가을 여행,  단양에서 만난  추억 속의 청춘

단양 수몰 전, 40여 년 전 답사를 핑계로 한 자유 여행

    


     대학 시절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교수님 인솔하에 답사의 형식을 띠고 여행을 했다.  그 해는 학내 문제로 수업없이 가을을 지내고  있었는데 방송에서 단양이 수몰된다는 내용을 듣게 되었다. 함께 본 내용이 단양8경의 아름다움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너무나 가고 싶었다. 수몰되기 전 안 보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때만 해도 우리 집에서는  여학생들끼리 며칠을 여행한다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었기에 거의 처음으로 학교에서 답사를 한다고 거짓말을 하여 여행을 떠났다. 요즘은 모든 정보가 인터넷으로 검할 수 있고 숙소며 음식, 가볼 장소 등을  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1980년 대에 그 모든 정보를  어떻게 접하고 찾았는지  기억에도 없지만 우리는 그 시절 걷고, 버스를 이용하기도, 택시를 타기도. 하면서 단양8경을 찾아 다녔다. 뿐만 아니라 밭 가운데 있는 집에서 민박을 했고 고추장 찌개를 끓이기도, 밥을 보글보글 끓이기도 하면서 달밤을 만끽하고,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로 밤공기를 가득 채웠다.  휘엉청 밝은 달빛 아래에서  무엇을 했었는지는 각자의 가슴 속에 잠들었다가 이따끔 눈을 뜨며  기지개를 켜 고개를 들곤 할 것이다 .  40년 전의 추억과 함께  단양은 내게 많이 특별한 곳이다. 그동안에도 단양 동굴도 간 적이  있고 주변 여행지를 지난 적도 있었으나 이번 여행에서 처럼 그 시절과 이 8경을 찾아다닌 적은 처음이다.  단지 다른 것은 교통 수단과 같이 하는 사람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모두다 바뀌었다고 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구단양에서 신단양, 청춘에서 이제 이 나이가 된  나.  어쩌면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단양 9경시장 앞에서 배를 타고 한 바퀴 돌면서  수몰된 지역 주민들이 옮겨 살고 있는 신단양을 볼 수 있었다. 벌써 신단양도 새로운 느낌은 사라지고 오래된 도시처럼 자리잡았다. 그 때는 많이 아쉬워하면서 수몰되는 것만 생각했는데 충주, 제천, 단양은 물과 함께 많은 관광객들로 깊어지고 있었다. 하늘엔 수십여 명이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있었고 강 주변에 잔도를 만들어 장미축제를 열기도 하고 여러기지 즐기는 문화가 단양을 변화시켰다.


   서울로 돌아오기 전 단풍을 느끼겠노라 들른 충주호(청풍호)에서 만난 구담봉과 옥순봉의 절경은 내 마음 속에 깊이 새겨질 만큼 감동이 깊었고 인상적이었다. 물로 채워진 호수와 함께 자리한 기암괴석을 해설해 주셨던 배 안 해설사 분의 유머있는 해설은 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셨다. 나도 궁궐 해설할 때  좀더 재미있는 표현을 공부해야  관람객이 더 쉽고 인상적으로 기억할 것이다. 배 안에서 얻은 자기성찰이다. 숙소 앞에 있었던 사인암의 절경과 함께 도담삼봉까지 단양의 4경을 돌아보고 마음속에 신비한 공기로 무장한 아름다운 절경이 나를 가득 채웠다. 곧 하늘로 날 수 있을 듯한 둥둥 뜨는 기분으로 아직도 여행 속에서 빠져 있다. 눈에 언뜻언뜻 단풍이 물들어 있고 에메랄드 빛의 물결들이 넘실거리며 눈앞에 어른거린다.


   오랜만에 느껴본 여행지에서의 낭만과 감동은 40년 전의 청춘을 불러 왔고, 같이 나이 들어가는 동반자인 남편과도 감정을  공유하며 감동을 카메라로 남기면서 서로에게 감사의 눈빛을 전할 수 있었다.


   충주유람선 앞 카페에는 이황 선생님의 두향과의 애절한 사랑이 담긴 글귀도 적혀 있었다. 5백 년 전 사랑도 만난 여행이었다.



   머리 속으로 생각만 하기 보다 실제 발걸음을 옮겨 여행지에 도착하니 눈에 담기는 모습 하나에도 울림이 컸다. 20대의 청춘이 찬란했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그 나름대로 아팠던 청춘의 모습도 기억하며 평화롭고 따뜻한 이후의 삶을 꿈꾸며 서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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