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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혜숙 Feb 19. 2023

알고나니 웃음나는 믿음

 나의 잘못은 없다는 것에서 출발한 많은 오류

   


   일명 빨래방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커다란 이불 빨래나 두꺼운 옷 등을 자주 세탁한다.  기계 돈을  충전하고  세탁기를 선택하고 키오스크 사용법을 익혀서 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재미있기도 해서  사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기계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현실이다. 세탁 방법을 고르는 과정 속에서 항균, 온수 등 돈만 더 내면 여러 가지 과정이 가능하다. 늘 신중하게  좀 더 깨끗이 하겠다는 마음으로 돈을 더 지불해야 하는 조건을 선택했는데 막상 기계 앞에 와서는 충분히 살피지 않고 시작을 눌러 세탁을 시작했다. 이곳 세탁소를 이용한 지 1년도 더 지났는데 난 오늘에서야 발견했다. 세탁기에 와서 시작 버튼을 누르기  한 번 더 추가 세탁 과정을 눌렀어야 하는데  비싼  내고 돈을 게 내도 되는 표준 세탁만을 했던 것이다. 그동안 항균을 했으니 더 위생적일 거야라고 생각한 것이나 온수를 선택했으니 더 깨끗하게 세탁됐을 거란 생각들은 나 혼자만의 안심 수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다. 키오스크에서 선택한 모든 사항이 기계 쪽에도 연결될 거라는 믿음이 와르르 배신당하는 순간이다. 그동안 세균을 살균했다는 믿음으로 마음 편해하고 별일 없었으니 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많은 시간 동안 한 번도 살펴보려 하지 않은 나도 어리석었다는 인정을 안 할 수 없었다. 바보스러움에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빨래방에 오기 전 남편과 막 흥분했던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이불 빨래 오기 전 목화솜이불을 다시 틀어 만든 이불 홑청을 벗기다가 이불의 터진 틈이 생겨 그 사이에 있는 솜과 드디어 마주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안 볼걸 보고야 말았다. 터진 틈 사이로  보이는 솜은 절대 목화솜이 아니었다. 요즘 흔히 쓰는 자연 소재가 아니라 화학 섬유 충전재라는 것을 꽁꽁 맨 그들의 방어 속에서 알 수 없었고 목화솜을 다시 탄 것으로 여기며 만족했었다. 우리는 목화솜이 우리 몸에 맞아서 요즘의 이불이  숙면을 방해한다며 목화솜이불에 대한 무한 신뢰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남편이 여기저기  알아보고 전화해서 수거배달까지 해준 이불이라서 만족해하며 잘 사용했고 오늘 세탁하려고 이불 홑청을 벗기다 몇 년 만에 발견한 것이다.  여름이 되면 햇볕에 말리려고 하면서 나름 아끼고 좋아했던 이불에 대한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당장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원효대사의 해골물이 떠올랐다. 좋다고 사용했음에도 이제는 한순간에 마음이 바뀌었다. 확인하지 못한 우리 부부에게 한심함을 느끼면서 목화솜이불 다시 만들어 준다고 수거까지 해간 이불업체 사장의  사기 수법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와서  빨래방에서 발견한 나의 바보스러움까지 오늘은 여러 가지의 일들이 나를  혼란하게 한다.  

  

   늘 너무나  대충 하고, 또 의심하지 않고 이런 내 행동들이 마음 편하게는 하나 실수들을 많이 불러온다. 실수하지 않고 완벽하게 하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설렁설렁  해 버리는 일들이 많아졌다. 정신을 반쯤은 딴 곳에 걸어놓고 사는 사람처럼 많은 시간들을 흘려보내고 는 것이다. 사람 바뀌긴 쉽지 않아라든지 좀 손해보지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일관해온 어떤 부분의 일들을 잘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바꾸어서 꼼꼼히 살펴보는 습관을 이제부터라도 기르고 싶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전개되는 것들을 ""괜찮아.''라는 말로 무마하며 사는 것은 작은 틈 사이로 언젠가 큰 물줄기가 흘러오게 할 수도 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일 한두 개 정도는 야무지게 잘 해내는 것도  있겠지만 오늘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뭐든지 진심을 다해서 최선을 다하는 그런 사람이 크게 보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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