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종합시험을 마무리하면서
한 달 동안 은근히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특히 요 며칠은 대학원 종합시험 때문에 오래간만에 열심히 공부했다. 직장 육아 가사에 바빴는데 더하기 대학원 종합시험까지, 게다가 한 과목도 아닌 전공 세 과목씩이나,,, 벼락치기로 겨우겨우 준비했더랬다. 집안의 빨래가 3일이나 미루어졌다.
드디어 오늘 야간으로 신청하고 시험 치름.
7시~ 동양철학사상
8시~ 근세시가연구
9사~ 한국학세미나 1
저녁의 귀한 3시간 동안이나
서술형 ~을 논하시오, ~을 서술하시오
문제에 대한 답을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늘 학교에서 마지막 수업을 진행하면서
“얘들아, 곧 중간고사, 1차 시험이지?”
“선생님도 오늘 3시간이나 시험 보러 간단다.”
“네? 정말요?”
선생님도 시험을 본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눈이 똥그래지며 물었다.
“선생님들 오늘 다 시험이 있어요?”
“아니야~ 선생님만! 대학원에서 시험 봐.”
“너희들 시험 스트레스가 어떤지, 선생님도 오랜만에 느끼는데, 너희들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다, 그리고 오늘밤 10시가 넘으면 선생님도 시험이 끝나 있을 테니까 선생님도 그땐 즐겁게 주말인 금요일 밤을 즐기고 있을 걸~“
정말이지 시험을 기다리는 그 순간, 아이들이 시험 때문에 초조해하는 그 같은 느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보통 긴장을 잘하지 않는 편인데, 교수님들이 채점하면서 ’ 교사‘가 이 정도밖에 못 썼네, 하는 창피함이 들지 않도록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분량을 채워 내 주장을 펼치며 논하고 서술했다.
드디어 시험을 다 보고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오면서
걱정했던 것보다 답안지를 잘 작성하고 나온 것 같아 뿌듯했다. 정답이냐 오답이냐를 떠나서 일반적인 지식에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의견으로 제시했다. 다른 방면의 내 주장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많이 궁금하다.
그리고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지나고 나면 사실 뭐든 다 별 거 아닌데..
내 삶도 나름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생각했었지만
지나고 나니, 다 고만고만한 것 같고
지나고 나니,
그리 초조해할 일도
크게 걱정할 일도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실은 ‘이혼‘도 그렇다.
엄청나게 큰 일을 겪은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대단하게
계속 큰 일을 겪은 것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뭐든 다 고만고만하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고
연륜이 생기면서는
직장은 있으니 돈벌이 걱정은 없고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과
시간은, 그저
현재를 잘 즐김 된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먹은 대로 되고 안되고 가 중요하지 않고
그 상황이 내 기분을 좌우할 필요는 없겠다.
이래도 저래도 각자에 맞는 해결방법은 존재하기에..
그러니 건강만 하길^^
현재 이 순간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즐길 수 있는 행복이
이 만족감이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해지고 있다.
대학원 졸업을 위한 전공 시험을 보는데 초조함은 잠시였고, 나름 조금의 스트레스는 있었지만 공부한다 생각하면서 다양하게 읽고 정리해 본 과정은 뿌듯했다.
2004년의 대학원 생활의 어떤 날이
결국 2024년의 대학원 생활의 어느 날이 되었다,
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주인공처럼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내 대학원 학업을 다시 이어가고 있다.
혼자 양육을 해왔기에
아이가 이제는 좀 커서 가능한 일이다.
이제 제대로운 논문 쓰기만 남았다.
다들 힘들다고 어렵다고 스트레스라고..
뭐, 쉽지 않은 일인 걸 알지만
일단 즐겁게 써보자!
학비내고 돈들이면서 정신 건강에 해롭게
스트레스받아가며 억지로 글 씀이 아니라
누가 뭐래도 소신 있게 재미있게
내 관심사가 내 주제니까
이 일 또한 지나고 나면 다 고만고만한 일이니
그냥 즐긴다는 생각으로 해보련다.
그리고 문득..
이러다 어느 날 그럭저럭 살다 보면,
그토록 미웠던 전남편 역시 그려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그런 날도 오는가 싶다.
우와~~
내가 드디어 해탈의 경지를, 득도의 경지를?!
웃어본다~ 다 고만고만한 일이야, 결국엔,, 푸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