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고요히
가을비가 내려서인지 차분해지는 한글날 10월의 아침이다. 사실 오후인데 눈을 뜬 지 몇 시간이 안 되었고 흐린 날씨에 여기저기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아침인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제주 서울행 비행기 티켓이 유독 저렴해서 서울 나들이 가려다가 아이가 심하게 감기에 걸려 집에서 편안히 나를 들여다보며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눈을 고요히 감았다.
빗소리를 듣는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쉰다.
-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내고 있는 것일까?
-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은
내 영혼을 살찌우게 해주는 데 보탬이 된다.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삶의 방향과 깊이는?
나만의 답으로 머릿속을 채워본다.
지금 이 순간이 건강하고 평온하다면
더 바랄 것이 무엇이겠는가?
화려하고 인공적인 것도 때론 좋지만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것도 때론 좋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자연에 넋 놓고 기대어본다.
흐리면 흐린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햇볕이 들면 빛이 드는 대로
그 각기 다른 날들과 순간에 새로운 나로
그 순간순간에 그냥 그냥~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돌아보면 어느 노래 가사처럼
힘듦이 있어도 살아내니 다 살아지더라.
이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시간이 약이더라.
평화로운 요즘,
이 순간이 아주 똑같이는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이므로 그리고
모든 순간순간을 다 기억해 낼 수는 없겠지만
오랜만에 맞이하는 고요함,
작년 가을에 느꼈던
외로움과 쓸쓸함의 다른 이름으로
기억하고 싶은 오늘이다.
그리고
아무 일 없이 평온하게 지나가고 있는
요즘의 이 순간이 난 그저 좋을 뿐이다.
글을 쓰고 나니 달콤한 빵이 생각난다, 행복하나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