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동화 편]
연탄공장의 아이들은 모두 얼굴이 까맣다. 온종일 연탄을 찍어내는 연탄공장에서 일하시는 아저씨들도 얼굴이 까맣다. 아이들은 자기들의 얼굴이 까맣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온 동네가 까맣기 때문이다. 담장도 까맣고, 지붕도 까맣고, 땅도 까맣다. 아니 연탄공장이 있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까맣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도 까맣다. 처음에는 희고 깨끗한 옷을 입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차츰차츰 옷이 까맣게 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연탄공장에서는 까만 흙과 돌을 가져다가 잘게 부수고 물로 반죽하여 까만 연탄을 찍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공장 마당에는 커다란 산처럼 생긴 까만 흙 언덕이 있었다. 이 동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공장에 있는 까만 흙 언덕에 모여서 신나게 놀았던 것이다. 까만 흙 언덕을 아이들은 흑산이라고 불렀다.
“애들아! 우리 뭐하고 놀까?”
덩치가 큰 남자아이가 소리쳤다. 그러면 아이들은 기발한 놀이를 만들어내었다. 그때에 제일 나이 어린 남자아이가 소리쳤다.
“술래잡기 놀이를 하자!”“좋아~”
“누가 술래 하지?”
“여기서 저 밑에 있는 창고 입구까지 달려서 먼저 가기 시합을 하자.”
“그럼 꼴찌가 술래야~”
“좋아!”
모두들 대찬성이었다. 바람에 날아가는 까만 먼지 속에서 아이들은 술래잡기 놀이를 하며 놀기로 하였다. 흑산 위에서 아이들은 만만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키가 제일 큰 아이가 시작을 알렸다. 그러자 모두들 흑산 밑으로 달렸다. 어떤 아이는 얼마 못 가서 언덕 위에서 넘어지고 뒹굴며 야단들이었다. 결국 메마른 아이가 술래가 되었다. 흑산 위에서 도망가고 쫓고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흑산 위에 흑돌이 굴러다니는 것 같았다. 또 아이들은 검은 돌을 찾아내어 누가 더 큰가 내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흑산에 올라가서는 미끄러져 내려오는 놀이도 하였다. 연탄공장의 아이들은 얼굴이 까맣게 될 뿐만 아니라 옷도 까맣게 되어 어디가 얼굴인지 알 수가 없었다. 더욱이 아이들이 까만 흙속에 숨어버리면 아무도 찾지를 못한다. 온통 까만 세상이니깐 말이다. 연탄공장의 아이들이 까만 흙 속에서 살다 보니 이웃 동네 사람들은 아이들을 깜장애들이라고 불었다. 이 동네는 처음부터 연탄공장의 마을이 된 것은 아니었다. 각 지방에서 연탄석들을 싣고 오는 열차가 이곳에 머무는 곳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이곳을 연탄공장 마을이라고 부를 정도가 되어버렸다. 이 동네는 매우 가난한 동네였던 것이다. 그런데 연탄공장이 들어오면서부터 먹을 것을 걱정하는 동네가 아닌 살기 좋은 동네라 할까 그런 동네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깜장 동네라고 불러지게 되었다. 연탄공장의 어른들도 까맣게 되었고, 연탄공장에 사는 아이들도 까맣게 되어버렸다. 놀라운 것은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자기 얼굴이 까맣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커다란 흑산 아래에 모여 사는 집들도 까맣고, 사람들도 까맣다. 아이들은 더욱 까맣다. 집의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면 파란 하늘 아래 짙은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흑산과 집들의 굴뚝에서 모란 모란 검은 연기를 뿜어내어 멋진 장관을 이룬다. 깜장애들은 이런 자기들의 동네의 그림을 멋지게 그려냈다. 그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 들 속까지 검을 소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