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INNERVIEW
평일 내내 기력이 쇠한 와중에 SNUSV 데모데이에 가서 기대 초과의 경탄을 하고 왔다. 창업동아리가 단순히 창업에 관심 있는 일개 대학생이 아니라 발상만큼은 윗세대를 앞지를 수 있는 유연한 예비창업가 모임이라는 생각을 불어넣게 했다. 나는 올해 초부터 대중을 상대하는 B2C 서비스는 Z세대 CEO들이 크게 터뜨릴 거라고 주장했는데, 그 확신이 옅어질 무렵에 어제 10개의 선별된 팀의 발상력과 준비성을 보고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주목한 팀은 'log3'이라는 팀의 개인 인터뷰 서비스 innerview였다.
발표 도입부에 "사람은 돈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를 표현하려는 욕구가 있다. 수천년 전부터 내려오던 지극히 당연한 욕구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굳이 누가 질문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보았다. 우리가 그걸 도와주려 한다"라는 구절이 정말 근본적인 사실을 짚었다고 보았다.
발표가 끝나고 나서 짧은 네트워킹 시간을 가질 때 그 팀을 찾아가서 "나는 여기에 투표를 했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많은 사람들이 하지만 그걸로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객관적으로 뛰어나거나(선망되거나) 고유의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는 사람도 소수다. 결국 상당수는 실익 없이 중독만 되는 구조이다. 그런데 방법론적으로 보조하는 서비스가 나타나면 자기표현 능력의 경제 민주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심사위원을 한 VC들은 오히려 학부생 팀보다 감각이 없는 질문을 한다. 국내는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 자체가 패배를 시인하는 행위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서 라이트 유저의 시장이 상당히 묻혀 있는데, 대표님이 말씀하신 대로 멘탈케어를 대놓고 표방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시장이 더 클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그리고 인터뷰 영상을 log3팀이 편집해주지 않고 유저가 직접 편집하게 맡기자는 건 진짜 말도 안되는 얘기다. 그 VC 주장처럼 '여과 없음'을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으면 도대체 프사기가 왜 있냐."라고 말한 후 덧붙여서 "VC는 책임 없는 쾌락이라고 해야 하나.. 현업 창업팀보다 창업역량이 좋지 않을 수도 있는데 별 도움 안 되는 훈수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말하다 보니 컨디션이 안좋은 나머지 너무 필터링 생각 안 하고 마음껏 비하를 한 것 같아서 옆에 듣던 분에게 "VC 아니시죠?"라고 말하자 다들 다시 한번 깔깔 웃으셨다.
또한 "구글이 이제 고유명사가 된 것처럼, 말씀하신 아이스 브레킹 할 때 그냥 'log 할래?'라고 말할 수 있는 브랜드 메이킹이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하자 대표가 매우 좋아하면서 자신이 이걸 처음 기획할 때 그런 말을 한 적 있다고 대답했다.
글로벌 제로투원은 결국 기존에 없던 발상과 개념설계를 반드시 요구하고, B2C 커머스 플랫폼 분야에서는 Z세대가 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깜빡하고 못한 게 아쉽다. 대신에 "나는 창업 기획능력이 좋지 않아서 일단은 개발 커리어를 잘쌓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젊으신 분들(20~21학번)이 깊이 고민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게 대단하다"라는 말을 전해줬다.
개발 역량이 뛰어난 팀은 아니어 보였지만 CEO의 개발 베이스와 철학적 사유능력+소통능력 중에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그간 보기에 후자 쪽이 더 유리했다.
나는 다다음주 금요일 오후부터 아이디어톤을 하러 갈 예정인데 10개 팀의 IR을 참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