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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인장 Aug 23. 2024

폐허가 된 마음 조각을 모아 출근을 한다

아침마다 폐허를 뒤져서 생존 마음을 찾아내는 것이 내 일이었다. 살아 있는 그 마음 조각을 앞세워 겨우 출근을 하고 있노라면, 깊은 곳에서는 항의하는 마음들이 거세게 일어났다. 마음들이 이 꼴인데 왜 출근을 하냐고.
- 무정형의 삶, 김민철


본과 4학년때, 수련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할 것이라면 무슨 과를 선택할 것인지, 어떤 병원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서 치과, 그리고 다른 분야의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 생각이 지금 다시금 곱씹어 진다. 

"4년 이라는 시간은 충분히 사람이 변할 수 있는 시간이야. 안 좋은 쪽으로도 말이야. 근데 그 병원에 들어가서 너가 안좋은 쪽으로 변할까봐 걱정돼.”

왜 지금 그 옛날 생각이 다시 날까? 왜냐면 나라는 인간이 1년 반 남짓 되는 시간만에 그 안좋은 쪽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스트레스에 대한 primary reaction이 쌍욕이 되어버리는, 그런 화가 많은 인간으로 변해버렸다. 몇달에 한번씩 가는 본가에서 엄마는 ‘너 무표정이 변했어. 인상이 변했어.’ 

그러면, 인상이 안 변할줄 알았어? 매일 화를 내고 사는데, 내가 이 수련을 누구때문에 애초에 고민하게 됐는데! 이런식으로 또 화를 내게 된다

더 슬픈 것은

지금은 내가 변했다는걸 알아차리지만

개구리가 서서히 온도가 오르면 삶겨서 죽어버리듯

내가 점점 더 변해버리면

비가역적인 상태로 변해버릴까봐 무섭다


책을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침마다 또 분노의 하루가 시작 되겠구나

오늘도 욕하면서 하루가 가겠구나 싶어서

마음이 이미 산산조각이 나서  

그 마음을 주워담아서 출근을 한다

붙일 시간이 있었어야 하는데 충분하지 않았다 

매일 온콜인 상황에서 휴식은 흉내내기 같다

깨진 마음은 내 자신에게도 와서 박히고 남에게도 생채기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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