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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Jun 16. 2024

숨은 K-Pop 명곡 100선, 아흔다섯

눈내리던 겨울밤, 이화 : 1집 - 1981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정혜정의
'음악이 흐르는 밤에'


사람마다 그 시기나 정도는 천차만별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지기 시작하고 자신만의 정체성이나 취향이 조금씩 생겨나는 때가 있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아마 학교라는 사회적인 교감이 짙어지기 시작했던 초등학생 무렵이 그때였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우린 인생 최초의 사회적 소통을 경험해 가며 지인이나 친구가 전달해 주는 일종의 큐레이션을 통해서든, 아니면 우연한 기회에 운명적으로 보석과도 같은 곡들을 만나든 간에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또 최애 뮤지션이나 작곡가, 프로듀서 등도 만나게 된다.


당시는 일주일마다 레코드 샆 사장님의 추천을 통해서도 새로운 신보들을 접하기도 했지만, TV/라디오와 같은 전통적 매스미디어로부터 많은 노래들을 무작위로 섭취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무렵 모두들 자주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있을 정도로 그 인기나 의존도가 높았다.


물론 이문세, 배철수, 이종환, 전영혁, 박원웅, 김기덕 등 그 이름만으로도 추억의 한 다발 한 다발들이 소환되는 레전드 음악 DJ들도 생각나지만, 역시나 내 최애 라디오 프로그램은 MBC 정혜정 아나운서가 진행했던 '음악이 흐르는 밤에'였던 것 같다. 


응답하라 1988 드라마 내 라디오 에피소드 장면(위) 정혜정 아나운서의 MBC 앵커시절의 모습(아래)


새벽 2시부터 시작했던 이 라디오 프로그램은 언제나 나의 취향을 100% 만족하는 곡들로 꽉꽉 채워져 혹시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방송을 놓치는 날이 될 때도 언제나 예약 녹음을 걸어놓고 청취하곤 했다. 


그 무렵 나의 K-Pop 최애의 노래들은 대부분 언더그라운드 계열의 동아기획 레이블 혹은 그와 닮은 뮤지션들을 향해 있었는데, 그중에 이미 여러 번 이곳 숨은 명곡 시리즈에서도 회자된 레전드 뮤지션 '김현식' 또한 나의 아이돌 중 하나였다.

김현식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특별한 목소리


가수 '이화'


이장희, 이승희, 정성조, 김도향, 강근식 등 한국 K-Pop의 레전드라 할 수 있는 프로듀서들 또한 그녀의 특별함을 아끼고 사랑했던 전설적인 여성 가수.


김현식과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가 사랑했던 목소리를 가졌던 가수 이화.

 

1980년대 초, 세상 독특하고 특별한 음색으로 광고 CM송 퀸으로 등극했고, 이런 유니크함 때문인지 각종 영화음악뿐만 아니라 수많은 가수들이 코러스 참여를 부탁했으며,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을 발매하지만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못하고 단 3장의 솔로 앨범만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그녀.


사실 내가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그녀가 데뷔하고서도 20여 년이나 지난 2000년대 초,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막대한 정보의 양이 랜선을 통해 전 세계와 함께 공유되고 소통하기 시작했던 그 시절이었다.


라디오 하나에 의존했야 했던 시대를 벗어나, 난 듣고 싶었던 음악을 랜선을 통해 마음껏 찾기도 했고 또 그러다 자연스레 새로운 뮤지션이나 장르, 음악들을 발견하는 기쁨에 시간 가는 줄 몰랐었던 어느 날, 우연히 김현식의 발자취를 따라 한참 그의 음악 인생을 뒤따라 가다 보니 '이화(본명 : 김현숙)'라는 가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김현식 최애 노래 중 하나인 '눈내리던 겨울밤'의 원곡이 '이화'가 부른 노래였다는 사실에 첫 번째 놀랐고, 수소문 끝에 찾은 그녀의 매력적인 목소리에 또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오늘 소개할 아흔다섯 번째 숨은 K-Pop 명곡은 이미 김현식의 노래로 더 잘 알려진 '눈 내리던 겨울밤'의 원곡으로 1981년 발매된 이화의 솔로 데뷔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이화는 고등학생이었던 1970년 후반 당시 CM송으로 유명했던 김도향이 설립한 '서울오디오'라는 회사에 입사하여 CM송들을 부르며 CF계에서 서서히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다.


1980년 발표한 정성조의 '밤의 찬가/죽음보다 깊은 잠' 영화음악 앨범 표지


그녀의 K-Pop 데뷔는 국내 1호 실용음악과 교수이자 재즈의 선구자였던 정성조가 1980년에 발표한 영화음악집 '밤의 찬가/죽음보다 깊은 잠' 앨범인데 이 음반에서 이화는 자신의 무슨 이유였는지 '마음과 마음'이라는 예명을 사용하였고, 김도향, 윤복희와 함께 이후 그녀의 솔로 앨범에도 수록될 '그게 나에요', '밤의 찬가 II', '꿈과 사랑사이' 등 3곡을 부르게 된다.


'밤의 찬가 II', '그게 나에요'는 
K-City Pop의 원조와도 같은 곡!


정성조의 앨범 발매 이후 같은해 발표된 김도향의 '밤의찬가/바보처럼 살았군요' 앨범 표지


그녀의 3곡의 노래는 같은 해 김도향의 앨범에도 동일한 녹음본으로 실리게 되는데, 발매 시기나 앨범 뒷면의 디자인 자체가 김도향의 5개의 얼굴을 본뜬 '서울 오디오'의 똑같은 시그니처 로고가 실린 것을 보면, 아마 같은 음반 기획사에서 만든 앨범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 데뷔 앨범에서는 예명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 시기의 그녀는 자신의 본명인 김현숙으로 윤형주, 조동진, 이연실, 이정선 등의 한참 주가를 올리던 레전드 아티스트들의 코러스를 맡으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화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은 1981년 발매되는데, 이 앨범에서 김현식은 우리에게는 1986년에 발매된 그의 3집 앨범에 수록된 노래로 잘 알려진 '눈내리던 겨울밤'을 타이틀곡으로, 1980년에 발매된 그의 1집에 실린 노래 '그대와 나', 그리고 향후 따로 또 같이 2집에 수록되는 '첫사랑' 등 모두 3곡을 선물한다.


이화 1집 내 김현식의 곡은 모두 3곡으로 그의 1, 3집, 따로 또 같이 2집에 수록되었다.


이장희의 경우는 자신이 아끼던 대표곡들 '휘파람을 부세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취입시켰고, 이장희의 동생이자 싱어송라이터였던 이승희가 '난 알았네', '난 오늘' 등 두 곡을 선물했으며, 앞서 영화음악으로 발표된 정성조의 세 곡이 재수록되었음은 물론, 모든 곡이 그의 세련된 편곡과 연주로 다듬어져 당시에는 최고 수준의 앨범 구성으로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81년 1집, 1983년 2집, 1986년 3집을 발표한 가수 이화의 앨범 표지


그녀는 1983년 당시 이은하, 진미령, 심수봉, 윤승희, 김연숙 등의 가수들의 히트곡을 만든 프로듀서 유승엽과 산아제한 공익광고 '셋이서 가요'를 함께 했던 인연으로 편곡자 강근식을 포함하여 당대 최고의 연주자였던, 이영재, 최성원, 이승희, 조원익, 안기승 그리고 피아니스트 김동성 등과 함께 2집을 발매하게 된다.


이화 2집은 포크라는 장르적 기본은 가지고 있지만, 실험적으로 고고, 발라드 등의 노래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전곡 밴드사운드 연주로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 시기 이화는 본명이었던 '김현숙'으로 해태음료의 '해태팝', 동아식품 '썬듀', 코카콜라 등 CM송을 무려 800여 곡이나 부르기도 하고 많은 동료가수 앨범에 코러스로 참여하기도 하는데, 가수 '이화'와는 뭔가 선을 두고자 했던 것 같다.


3년 후 발매된 그녀의 마지막 앨범은 2집과 동일하게 롯데껌 등의 CM송을 만든 이경석이 프로듀서이자 총 2곡의 작곡자로 참여했는데, 이 앨범에서 김현식은 떠나기 전에, 너를 기다리며, 눈내리던 겨울밤, 변덕쟁이 등 선물하여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고, 이외 2집 프로듀서였던 강근식이 2곡, 이승희가 1곡에 참여했다.


이후 영화음악, CM송, 뮤지컬, 코러스 등의 활동을 이어가기는 했지만 그녀는 K-Pop에서 서서히 사라져 갔고, 2019년 안타깝게도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재조명을 받아야 할
가수 '이화'의 앨범들


그녀의 모든 앨범은 대중적으로 성공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왜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녀나 소속사가 가수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이유도 있을 듯하다. 40여 년 전 보석과도 같았던 그녀의 청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와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 작/편곡자, 연주가들이 함께한 그 작품들은 재조명받아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1981년 이화의 솔로 데뮈 앨범 표지, 저 도발적인 입술은 어쩔까나~!


몽환적인 그녀의 목소리로 듣는
K-Pop 명곡 '눈내리던 겨울밤'


오늘 소개할 이화의 '눈내리던 겨울밤'은 보다 모던하고 블루스적 성향이 짙은 김현식 버전보다 잔잔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지만 기본적인 소프트 락 발라드의 구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하늘에서 하나 둘 내리는 눈이 조금씩 쌓여가듯 연주되는 일렉 피아노의 선율로 시작되는 노래는 세상 청아하고 아름다운 이화의 목소리와 함께 마치 동화 속 겨울 나라로 우리를 안내하는 것만 같다.


베이스와 기타의 연주로 시작되어 담담하게 부르는 그녀의 노래는 서서히 드럼과 함께 어우러지고 후렴구에 이르러서 느껴지는 그녀의 애절함에 단단히 마음먹고 헤어져 돌아섰던 그 순간, 뒤돌아 다시 뛰어갈 수밖에 없을 것만 같다. 


그녀의 목소리는 
참 위험하다!


언제부터인가 눈 오는 하늘이 내겐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 버렸다.


가슴 떨리는 감정의 세포가 더 이상 내게 남아 있게 않게 되어 버려서 무뎌지고 메말라 버린 마음을 안고 살게 된 걸까? 아님 닳고 닳아 버린 현실주의자가 된 탓에 그저 오늘 퇴근길 '차가 막히지 않을까' 걱정하는 염세주의자가 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결국 가슴 아픈 상처로 남을 미래가 두려워 애써 외면하는 쫄보가 된 걸까?


노력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피해지는 것도 아닌 것!


사랑이란 그런 거다. 예고 없이 하나둘씩 내리는 첫눈같이.. 





눈 내리던 겨울밤

이화, 1집 - 1981


작사 : 김현식

작곡 : 김현식

편곡 : 정성조

노래 : 이화


눈 내리던 겨울밤 수줍게 고백한

그대 사랑이 내 곁을 떠났을 때


내 마음 외로움에 달빛을 바라보며

그댈 그리네 그대를 생각하네


눈 내리던 겨울밤 수줍게 고백한

그대 사랑이 내 곁을 떠났을 때


내 마음 허전함에 달빛을 바라보며

그댈 그리네 그대를 생각하네


그대는 없지만 항상 내 마음속에

그대는 남아있네 그대는 남아있네

그대여 우우우우 우우

그대여 우우우 우우 우우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LeqO7zT1c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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