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음악가의.... : 송홍섭(Feat. 정원영), 1집 -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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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순위를 알려주는 기준 숫자
"3"
그 기원은 아마 올림픽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언제부터 1등부터 3등까지의 순위를 정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수여했는지...
어찌 보면 '3'은 가장 완벽한 숫자로 알려져 고대에서부터 세상의 많은 부분을 구분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고, 그렇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숫자 3을 받아들일 때 굉장히 큰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의 학교들도 그런지는 잘 모르지만, 수십 년 전 모든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이는 '조회'에서 항상 마지막을 장식했던 그 지루한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도 세 번의 구분이 '정석'이었고 혹여 '넷째'의 말씀이 시작되는 경우엔 그 무섭던 시절 수군수군 '야유'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린 숫자 '3'의 마법에 길들여져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
비관론자로 낙인찍히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긍정론자로 헛된 희망을 품고 싶지도 않은, 현생을 사는 지극히 평범한 한 인간으로의 시각에서 봐도, '부의 대물림'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이어왔듯이 모든 인간이 '기회'라는 측면 해서 볼 때,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물론 부와는 별도로 보다 근본적인 '인격' 평등을 말하는 것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아무리 사회적 성숙도가 높은 나라에서도 '보이지 않는' 계급은 꾸준히 이어져 왔고 이미 우리는 충분하고도 남을 격차를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의 인생은 어땠을까?
어쨌든 인생이 삼분법에 의해 '일류, 이류, 삼류'로 나뉘어 있다면, 그 기준은 도대체 무엇이고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나의 인생은 삼류였을까?
굴곡이 많았던 내 인생을 '이제 뭣 좀 알게 된' 중년을 맞이한 아재의 시각으로 돌이켜 보면 '삼류'라 생각했던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확실한 것은 나의 '삼류' 인생은 그 기준이 언제나 경제적 '부'의 가치에 치중되어 있었다는 것이고 그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였다는 것이다. 내 사람 됨됨이나 인격이 '삼류'라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다.
그러니 난 참 괜찮은 사람인데, 돈이 없어 삼류라고 생각했다는 것인데, 이제야 피식 웃음이 나오는 그때의 내 맘을 살펴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삼류'가 아닌데 '삼류'라고 생각한 그 자체가 바로 '삼류'였던 것 같다.
송홍섭 1집
그리고 정원영
오늘 소개할 백네번째 숨은 명곡은 지난 숨은 명곡 시즌 1의 아홉 번째 노래로 소개한 송홍섭 1집 앨범 속 '어느 날 오후'와 그 결을 같이 하고 있는 정원영 작사/작곡/편곡, 송홍섭/정원영 노래의 '3류 음악가의...'라는 노래다.
https://brunch.co.kr/@bynue/38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정원영은 이 앨범에서 총 2개의 LP 중 한 면을 모두 채우는 4곡을 송홍섭과 함께 하고 있고, 오늘 소개할 노래는 3번째 트랙에 수록되어 있다.
송홍섭은 앨범 소개에서 정원영과 함께한 이 두 번째 면을 '미래에의 욕망'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아마도 한참 창의력과 음악성이 폭발하던 젊은 청년 '정원영의 바이브'를 '미래'에 함께하고 픈 그의 욕심이자 바램으로 표현한 것만 같다.
이 앨범은 개인적으로는 정원영이라는 걸출한 프로듀서이자 뮤지션, 아티스트인 그의 진면목을 알게 해 준 소중한 앨범으로 수록된 그의 첫 번째 곡인 '거리 슬픈 거리'를 들었을 때의 그 당혹감과 충격을 잊을 수 없다.
펑키, 디스코, 재즈 등이 결합된 도시적이고 세련된 그의 음악에 작은 숨을 쉴 때마다 참을 수 없는 감탄만 내뱉으며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음악을 하는 대단한 사람'을 알게 된 것에 감사했었는데, 이후 그는 1993년 그의 첫 번째 독집 앨범을 발매하며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한다.
다만, 이 곡은 송홍섭 1집 앨범 이외에 그의 다른 정규 앨범에 실리지 않아, 그의 Big Fan이 아니라면 찾기 힘든 말 그대로의 숨은 명곡이기에 오늘 자신 있게 소개하고자 한다.
내 몸이 그냥 막,
흔들거려!
Elec piano 그리고 빠른 드럼 비트로 시작되는 전주는 어느샌가 묵직한 송홍섭의 베이스가 어우러지는데, 어두운 거리, 음침한 골목 안에서 마치 갱스터들이 무언가를 준비할 것만 같은 영화 속 장면이 연상되는 긴장감이 등목을 차갑게 적시 운다.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매력적이라고 생각되는 기교 없고 비음 섞인 정원영의 보컬이 시작되면서 문득 주체할 수 없이 박자에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는 내 몸을 언제부턴가 느끼게 되는데, 드럼, 건반(2), 베이스... 어쩌면 단촐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만큼 적은 단 3개의 악기만 가지고도 얼마나 수준 높은 사운드로 몸을 흔들 수 있게 만드는지, 마치 마법과도 같고 또 경이롭기까지 하다.
노래를 따라 무아지경의 세계로 잠시 빠져들다 보면, 중간에 잠시 나오는 흔치 않은 송홍섭의 노래를 만날 수 있는데, 엄청한 실력의 훌륭한 보컬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누가 누군지 헛갈릴 정도의 정원영과 닮아있는 세련된 그의 음색을 감상하는 것도 참 재미나다.
그렇게 1절이 모두 지나고 나면, 드디어 멋진 기타 솔로가 기다렸냐는 듯이 등장하는데, 이때부턴 웬만한 퓨전재즈의 잼세션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높은 수준의 기타, 보컬, 건반의 연주가 주거니 받거니 귀를 즐겁게 한다.
유튜브에서 찾은 봄여름가을겨울, 송홍섭, 한상원, 정원영이 함께한 '삼류음악가의...'의 정말 희귀한 영상을 보면, 이 때는 송홍섭이 처음부터 정원영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30년 전 풋풋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E5Xtbf6PgyI
사실, 이 노래는 특유의 리듬감 때문에 처음에는 멜로디와 비트를 그저 즐기게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두세 번째쯤 지나서일까, 노래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재미난 가사가 비로소 들리게 되는 것 같다.
이제 들리기 시작하는
노랫말.
음악이 내 인생 모든 것이라 생각하면 살았던 때가 있었다.
그저 음악 하나만 바라봤고, 그게 전부라 믿었다. 그보다 더 큰 가치와 행복은 내게 없었다. 음악이 주는 위안과 치유가 변함없이 영원할 거라,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고 믿었다. 그리고 하나둘씩 내 주변을 떠나는 친구들 그리고 연인들을 애써 외면했다.
하나만 필요한 세상은 없다.
돌이켜 보면 필요 없는 겉멋에 찌들어, 나를 일부러 옥죄고, 가난하지만 멋진 음악가 코스프레를 하며 더 소중했던 것들을 잃어버리는 걸 두 눈을 뜨고도 진정 알지 못했다.
가슴 허전하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노래가 뜻하는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는 것만 같아 뭔가 참 쓸쓸해 지기도 또 뜻모를 웃음이 나기도 한다.
난 진짜 삼류였다.
오늘은 오래된 친구에게 안부 전화나 한번 해봐야겠다.
작사 : 정원영
작곡 : 정원영
편곡 : 정원영
노래 : 송홍섭(feat. 정원영)
내 마음속에 자리잡은 작은 기쁨
바람 분다고 모두 떠나진 않겠지.
시간이 흘러 친구들 변하고
연인들 떠나도 내 안에 소중히 숨쉬는 멜로디
오늘 저녁엔 피아노와 어울리고
다음 주말엔 여행 떠나기로 했네.
가버린 날들 떠올리긴 싫어.
번져오는 아픔 떨치며 세월에 떠밀려 지내리.
나의 눈물 적시며 걸어왔던 시간들
내 곁을 떠난 사랑하는 벗들
가슴으로 밀리던 얼굴없는 고독도
이제는 모두 사랑하고 싶어.
내 마음 속에 자리잡은 작은 기쁨
바람 분다고 모두 떠나진 않겠지.
시간이 흘러 친구들 떠나도
내 안에 소중히 숨쉬는 멜로디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