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강승원 2집 - 2023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중고 신인 강승원을
아시나요?
아마 강승원이라는 이름 석자를 기억하는 대중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오랜 기간 동안 음악감독으로 헌신해 오며 K-Pop 무대의 질을 한 단계 높여왔던 프로그램들의 이름들을 하나둘씩 듣게 된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 분명하다.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 ‘더 시즌즈’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동안 사랑받아온 KBS의 음악 전문 프로그램 모두가 그의 손길을 거쳐갔다.
또한 그가 불후의 명곡 '서른 즈음에' 그리고 온 국민이 모두 아는 초코파이 CF 명곡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의 작사/작곡가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면, 흐리멍텅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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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K-Pop 첫 번째 데뷔라 볼 수 있는 '우리 동네 사람들' 1집의 내용은 지난 여든아홉 번째 숨은 명곡에서 이미 많은 내용들을 다루었기 때문에 휘리릭 살펴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2014년
기적이 일어나다
그는 '창피하다'며 1990년경 준비했던 자신의 솔로앨범 제작을 중단하고 수십 년 동안 음악감독으로 활동해 오다 그가 만들어 놓은 50여 곡의 아름다운 노래들이 사장되는 것을 아쉬워했던 후배들의 권유와 설득으로 그 이름마저도 재미나는 일명 '강승원 1집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이적'을 시작으로, '전인권'부터 '윤도현', '이적', '박정현', '린', '성시경', '정유미', '윤하', '장기하', '존박', '자이언티' 등 K-Pop 최고의 후배/동료 가수들이 노래에 참여했고, 김광민, 고찬용, 선우정아, 샘리 등의 뮤지션들이 편곡과 연주자로 아름다움을 하나둘씩 덧칠했으며 오랜 시간 함께 음악을 나누던 '우리 동네 사람들' 시절의 문대현, 심재경 등이 제작에 함께 참여했다.
들국화가 지금 앨범을 낸다면
이런 식일까?
처음 지인에게 강승원 1집을 들려준 반응은 그랬었다.
물론 음악에 대단한 조예나 지식이 많은 친구는 아니었지만, 나름 폭넓은 음악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그가 어쩌면 가장 정확한 비유를 했었는지도 모른다. 강승원 1집은 40~50년 전 만들어 꼭꼭 숨겨놓았던 그때의 감성을 끄집어내어 요즘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너무나도 정겹지만 세련된', 참 묘한 음악들을 우리에게 선사해 준다.
강승원 1집이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강승원'이라는 훌륭한 프로듀서이자 음악감독, 뮤지션의 멋진 도전, 그리고 그가 가진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슴깊이 느껴져 많은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지지를 받게 되었다.
다시 시작된 그의 도전
2집 만들기 프로젝트
2021년, 그는 아직 남아 있었던 보석 같은 그의 작업물들을 세상에 빛에 반짝반짝 빛나도록 대중에게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게 되는데, 아이유, 선우정아, 자이언티, 거미, 수지, 정승환, 장필순, 르네, 성시경 등 내노라하는 K-Pop 후배가수들이 함께 참여해 싱글 앨범들을 발매하게 되고, 마침내 2023년 완성된 그의 두 번째 앨범을 대중에게 다시 공개하게 된다.
오늘 소개할 백일곱번째 숨은 명곡은 2023년 싱글앨범, 정규 2집 앨범으로 발매된 강승원 작사/작곡, 조윤성 편곡, 그리고 강승원과 재즈 보컬리스트 르네가 함께 노래한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라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끄적이며 구겨버린 낙서 같은 노래'라는 강승원의 설명과도 같이 의미 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의 아쉬움을 담아낸 노래로 여성 보컬 그룹 '바버렛츠'의 초창기 멤버이자 지금은 재즈 보컬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르네(본명 김은혜)와 듀엣으로 함께 했다.
숨은 명곡 시리즈 중
가장 최신이지만 최신이지 않은 노래
개인적이자 주관적으로 그동안 꾸준히 지켜왔다고 생각되는 숨은 명곡의 기준들 중 하나는, 노래를 선정하여 글을 쓰는 날짜로부터 최근 몇 년 사이에 발표된 노래들은 지양하고자 하는 바람들이 있었는데, 이 노래는 그 기준들을 무참히 깨뜨려 버린 선곡이다.
작위적인 해석과 의견이라 놀림당할 것이 분명 하지만, 대부분의 강승원의 노래들은 약 50여 년 전 만들어 놓았던 '화석'과도 노래들이고, 이를 요즘의 훌륭한 후배들과 조화로운 협업을 통해 또 다른 새로움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이를 선정하는 것은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가장 최신이지만, 최신이지 않은 노래라고나 할까?
그의 노래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이 선사하는 감성적인 연주와 그가 편곡한 현악기와의 아름다운 어우러짐이 편안하고도 안락한 평화를 전달해 주는 전주를 지나 그저 덤덤히 '툭툭' 말하듯 던지는 강승원의 노래가 가슴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마치 어릴 적 아버지가 잠든 내 옆에서 나지막이 자장가를 불러주 듯, 훌륭하고 세련된 보컬은 아니지만 마음을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잠시 빠져들다 보면 하이톤이 참 매력적인 르네의 목소리가 재즈 드럼과 베이스와 함께 어느새 나도 모르게 슬쩍 내 곁으로 다가와 재잘거린다.
이 노래가 매력적인 이유는 강승원이 전하는 훌륭한 가사들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이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누구나 경험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잔잔하게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들을 참 맛깔난 문장으로 표현해 내고 있고, 그의 노래 속에서 함께 숨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어느샌가부터
하루가 어떻게 지났가는지
잘 모르겠다.
생각 않는 생활, 생각 없는 행동으로 아무런 생각 없이 아니 아무런 생각하고 싶지 않던 때가 있었다.
그가 떠난 그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서,
꿈을 잃어버려 내가 가야 할 길이 너무나도 깜깜해져 버려서,
그저 헤매는 게 일상이었던 그때.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헛웃음 나도록 빨리 지나버린 시간에 잦은 한숨을 짓기도 했다.
꿈은 저기 멀리 있어요
지나간 시간 속에 꼭꼭 숨어있어요
돌이켜 보면, 하루종일 미치도록 가슴 시리고 아프기만 했던 그 시절, 내가 찾던 답은 언제나 그저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과거 속에 꼭꼭 숨어 있었던 것 같다.
오늘 하루가 참 힘들고 외로웠다면 마치 장롱 밑 잃어버린 빛바랜 낡은 사진을 발견하듯, 걸어온 과거의 서랍을 천천히 뒤적거려 보자.
어쩌면 아픈 나를 치유할 그 무언가가 잊혀 버려진 그 안에서 나를 보며 환한 웃음을 지으며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를테니...
기다려 왔다고, 왜 지금에야 찾았느냐고...
작사 : 강승원
작곡 : 강승원
편곡 : 조윤성
노래 : 강승원(feat. 르네)
생각 않는 생활 속에 내 모습처럼
당신도 뜻 없는 몸짓인가요
혼자 있는 이런 시간 속에서는
더 아무런 생각나지 않아요
생각 없는 행동으로 사는 나처럼
당신도 허전한 눈빛인가요
돌아서서 오늘 하루를 보면
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어렸을 때 꿈꾸었던 많은 생각들
자라면서 잊으려고 했던 일들
우리 잊지 않고 간직한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 될까
꿈은 저기 멀리 있어요
지나간 시간 속에 꼭꼭 숨어있어요
사랑 내 곁에 있어도 그리워요
시간 속 당신 돌아올까요
생각 없는 행동으로 사는 나처럼
당신도 허전한 눈빛인가요
돌아서서 오늘 하루를 보면
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