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희 Jan 17. 2024

2주 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정신분리수거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정도 연재하던 브런치북이 2주 전에 완전히 끝이 났다. 연재를 하는 동안 두 가지의 마음이 공존했다. 좋은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싶은 욕심 하나와 그냥 연재고 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는 욕심 하나. 그래서 연재를 하는 중간에 연재가 끝나기를 아니 끝나지 않기를 오락가락하는 마음으로 8개월을 보냈다. 


 그렇게 연재가 끝나고 나니 허탈함과 아쉬움 그리고 쓸쓸함까지 몰려와 까만 공허함이 나를 삼켜버렸다. 연재를 한다는 건 매주 독자들에게 나의 이야기 꾸러미를 보기 좋게 부풀리고 예쁘게 단장해서 짠짠 보여주는 서프라이즈 선물 같은 것이다. 나에게는 서프라이즈선물이었는데 누군가에게는 시시해 보일 수도 있고 정말 기대이상으로 깜짝 놀랄 수도 있다. 그 반응의 결과가 무조건 정답이 아닌데 반응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나 자신이 너무 가벼워서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를 흘려버리고 묵직하게 나의 생각과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나가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쓰고 끝내야 이 공허함과 두려움을 즐기게 될까. 




연재가 끝나서 마음이 편안하냐고?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가 모두 쓰이지 않아 오는 아쉬움과 다음 연재에 대한 부담감에 쉬는 게 쉬는 것이 아니다. 친구를 만나고 밥을 먹고 청소를 하면서도 다음 이야기의 주제에 대한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포용하고 싶고 살짝 유쾌했으면 싶다가도 조금은 진지해야 하지 않나 싶다가도 다시 다른 이야기를 생각하다 모조리 백지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생각에 꼬리를 물다 연재가 끝난 지 2주 동안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재료는 너무나 많은데 오랫동안 한솥 끓여낼 주재료가 없다. 호기롭게 3월에 돌아오겠다고 독자들에게 큰소리 떵떵 쳤는데 아무것도 내놓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이다. 


 어쩌면 2주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한 게 아니라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것이 아닐까. 머릿속이 뒤죽박죽으로 꽉 차 있기에 분리수거가 절실하다. 일주일에 한 번 아파트 분리수거 날자도 거르지 않으면서 내 머릿속 분리수거를 이렇게나 미루고 있다니. 2주 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았으니까 오늘부터 분리수거를 해 볼 작정이다. 그렇다. 이 글은 에세이를 둔갑한 나의 의지 고백글이다. 


 다시 한번 다짐하는데 꼭 기필코 3월에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오겠다. 혹여나 떠나갈 독자들을 붙잡는 호소문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자. 분리수거 시이이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