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우리는 혹시나 한별이가 PSS일까 봐 속으로 애가 많이 탔지만 겉으로는 괜찮을 거라며 서로를 다독이고 평소와 같이 한별이를 보살폈다. 그리고 드디어 일주일 뒤 검사 결과를 들으려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피검사 결과 다행히 PSS는 아니에요. 아직 어리고 다른 검사는 다 정상이니까. 간수치 낮추는 보조제를 한 달 먹이고 그리고 또 한 달 뒤에 피검사를 해서 간수치가 안정화되면 중성화를 할게요. 근데 한별이는 태어난 지 10개월 정도 됐는데 접종이 하나도 안되어 있어요. 먼저 접종을 차례대로 하고 간수치가 안정화되면 중성화 수술 진행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강아지는 생후 6주부터 18주까지 접종을 하면 기초접종은 끝이 나고 한 달에 한번 심장사상충이랑 외부기생충을 맞고 일 년에 한 번씩 맞는 접종이 따로 있다. 그런데 태어난 지 10개월이 된 한별이가 아직 하나도 접종이 되어 있지 않다니. 도대체 그동안 한별이는 어디서 어떤 주인과 살았던 걸까.
우리는 병원에서 인식 칩을 삽입 후 1차 접종을 하고 간에 좋은 보조제를 구매 후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큰 병은 아니라니 한시름 놓았지만 간수치가 정상화될 때까지는 마음을 온전히 놓을 수 없었다. 한 달 정도 보조제를 먹이고 간수치 검사를 해 보고 다시 한 달 약을 끊은 후 피검사를 했을 때 간수치는 139가 나왔다. 아직 정상수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중성화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
보통 어린 강아지는 접종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미용실이나 다른 강아지와 접촉하면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그래서 접종이 다 될 때까지는 다른 강아지와 인사시키거나 미용을 맡길 수도 없다.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도 털이 짧은 상태는 아니었기에 두 달이 지나자 한별이는 정말 대왕 복실이가 되었다.
낮잠이라도 자고 일어나면 털이 찌그러져 앞이 안 보일 것 같아 눈앞만이라도 잘라주고 싶었지만 가위를 들기만 하면 도망가는 눈치 빠른 털 부자에게 통할리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고대하던 중성화 수술을 하기 위해 집 근처 동물병원에 한별이를 맡기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이것저것 집안일을 하다 2시간 후 한별이를 데리러 갔고 수술 후 마취가 덜 깬 한별이를 품에 안고 병원을 나왔다. 넥 카라를 하고 기운이 없는 한별이를 보자 안도가 되면서도 안쓰러웠다. 집에 오자마자 좋아하는 간식을 눈앞에 내려놓았지만 녀석은 도통 누워만 있고 먹지 않았다. 퇴근 후 돌아온 남편은 오늘 큰일을 했다며 닭가슴살을 삶아 주었다. 오래 함께 하기 위해 중성화 수술을 시켰지만 영문도 모른 채 마취를 당하고 수술을 당했을 한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꼭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나도 모르게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중성화 수술 10일 후에 실밥을 풀을 수 있었다. 그동안은 불편해도 상처부위를 핥아 덧나지 않도록 넥 카라를 꼭 해야 하고 감염의 위험이 있어 산책도 나갈 수 없고 목욕도 할 수 없었다. 그럼 도대체 한별이는 2주 동안 무슨 낙으로 살지 안쓰러웠다. 그래서 최대한 스트레스라도 덜 받게 해 주려고 노력했고 한별이를 안고 간단히 집 주변을 10분 정도 돌아다니거나 집안에서 노즈 워크를 해주고 장난감으로 많이 놀아주었다. 그리고 수술한 지 10일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문득 한별이가 지나간 자리에 핑크색 물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게 뭐지?'라며 한참을 들여다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별이를 들어 안았는데 수술부위가 미세하게 벌어져있고 피가 보였다.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어 한별이를 둘러업고 수술했던 병원으로 뛰었다.
“상처부위가 덧났네요. 재봉합 수술해야 해요.”
내가 못 보는 새에 언제 이렇게 상처가 덧났는지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 넥 카라를 푸른 적이 없었는데. 왜 조금 더 한별이를 꼼꼼히 보지 않았는지. 나를 끊임없이 질책했다. 간수치도 안 좋은데 마취를 또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 너무 속상했다. 결국 전신마취 후 30분 정도의 재수술을 하고 한별이가 정신없는 상태로 내 품에 다시 한번 안겼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온 지 3개월 만에 영문도 모르고 수술을 하고 한별이는 재수술까지 했다. 이럴 때는 그런 생각을 간절히 한다. 강아지와 의사소통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왜 지금 이걸 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강아지가 납득할 수 있다면 세상의 모든 견주들의 마음이 조금은 편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한별이의 말이라도 내가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때마다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지금 어디가 아프다고 투정 부릴 수 있다면 그깟 투정 따위 몇 번이고 다 받아줄 수 있을 텐데. 아마 이런 생각은 세상의 모든 반려 가족들이 한 번쯤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반려동물을 너무 사랑하기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바라는걸 모두 해주고 싶고 오래오래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