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우리가 키우자. 나 도저히 못 보내겠어. 내가 잘해볼게”
대성통곡을 하던 나는 무슨 용기였는지 남편에게 통보 후 직장동료에게 내가 입양하겠다고 말해버렸다. 우리의 생활패턴에 강아지와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과 강아지를 키우다 이별의 순간이 온다면 겪게 될 슬픔의 무게 따위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 2개월 전에 포기했었지만 한번 해보자.
그 순간 나는 강아지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고 평생 그리워하며 사느니 내 곁에 두고 평생 잘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직장동료는 고민을 많이 한만큼 강아지를 잘 키울 수 있을 거라며 가족이 생긴 걸 축하해 줬다. 그리고 입양 지원자들에게는 임보 하던 사람이 키우기로 결정했다며 죄송한 말씀을 전했다.
우리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녀석은 퇴근 후 만난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었다. 그날 저녁 남편과 나는 우리의 새로운 가족이 된 이 녀석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줘야 할지 고민했다.
“한별이 어때? 예전에 내가 키우던 별이를 많이 닮았어. 그래서 하얀 별이. 한별이.”
“오? 괜찮은데? 예쁘다. 박한별!”
“이한별이거든?”
“박한별이 더 잘 어울리거든?”
참고로 나는 박가고 남편은 이가다. 결혼 전에 남편이 키웠던 반려견의 이름이 ’ 별이‘었다. 예쁜 여자 요크셔테리어였고 8년을 함께 살다 우리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남편은 신혼초에 자주 신경을 못 써주다 갑자기 떠난 별이를 늘 마음에 걸려했었다. 그래서 우리는 별이의 이름을 따서 이 녀석을 한별이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
배변훈련도 완벽하게 되었으니 그 후로 우리는 한별이에게 앉아. 기다려. 손. 코. 브이. 돌아. 빵야 등등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팔불출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한별이는 훈련을 하고 10분도 안돼서 곧 잘 따라 하는 천재 강아지였다. 단점이 있다면 성격이 급해서 빨리 배우는 대신 대충 행동 후 빨리 간식을 달라고 보챘다.
우리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다. 하루에 두 번 한별이의 밥을 챙기고 하루에도 세네 번 화장실 청소를 하고 하루 한번 양치질과 세수 그리고 최소 한 번 이상의 산책까지. 하루 일과의 많은 부분을 한별이가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만큼 우리는 웃는 일이 많아졌다. 장난기가 많은 녀석이라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것을 좋아했고 놀리면 반응도 꽤 재밌는 편이라 한별이와 노는 재미가 있었다.
한별이를 입양하기로 하고 첫 번째 휴무날. 나는 한별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전체적인 검진과 접종 유무, 중성화 수술, 인식 칩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낯선 곳에 와서 무서웠는지 아니면 병원이라는 걸 눈치챘는지 한별이는 쉬지 않고 떨어대고 있었다. 다 좋으니 크게 아프지만 안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별이를 안아주며 달래주었다. 간단한 피검사 후 큰 이상 없으면 바로 중성화 수술까지 하기 위해 한별이를 맡기고 혼자 병원을 나왔다.
평소 분리불안이 심한 녀석인 데다가 낯선 의사 선생님 품에 안겨 멀어지던 한별이의 눈빛이 너무 안 좋았다. 강아지를 병원에 맡기고 나오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기분이 별로라는 것을 깨달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고작 2.5킬로그램 밖에 안 되는 한별이가 집에 없을 뿐인데 너무 조용하고 썰렁했다.
그리고 두 시간 후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한별이 피검사 결과에 간수치가 높아서 오늘 중성화 수술은 못할 것 같아요. 일단 간수치가 높아진 원인을 파악해야 해서 간초음파랑 X-ray촬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오늘 같이 진행할까요?”
“네. 진행해주세요!”
전화를 받고 심장이 철렁했다. 혹시 그동안 어딘가 아팠는데 우리에게 말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포털사이트에 강아지 간수치에 대해 수없이 검색했지만 그냥 일시적으로 간수치가 높아질 가능성은 거의 희박했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쏟아지는 불길한 글들을 읽고 또 읽다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내 성격상 이런 거 계속 찾아볼수록 너무 힘들걸 알기에 이러지 말자고 나를 타이르며 병원 전화를 기다렸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병원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한별이 보호자시죠? 여기 병원이에요. X-ray상에 간이 평균보다 좀 작아요. 더 자세히 보는 피검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PSS일 가능성이 큽니다.”
*PSS란 간문맥 단락증으로 정상적인 체내에 존재하지 않는 단락 혈관이 있어 소화기의 혈액이 간으로 이동하지 않고 그대로 심장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여러 증상과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입니다. 증상은 간수치상승, 신경증상, 혈뇨, 배뇨이상, 성장 지연, 방광결석 발생 등이 있으며 CT촬영 후 수술을 해야 합니다.
“피검사는 오늘 보내면 일주일 정도 걸려요. 일단 오늘은 한별이 데려가시고 다음 주에 결과 들으러 방문해주세요”
천천 병력이라는 게 이런 걸까. 내가 검색해 보았던 수많은 가능성 중 간수치 상승의 최악의 가능성이었다. 일단 낯선 곳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한별이를 남편과 함께 데리러 갔다. 중성화 수술은 시작도 못하고 하루 종일 검사만 하고 비용은 40만 원이 넘게 나왔다. 한별이와 함께 한 3주 동안 몇 번의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