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임보 하기로 결정 후 우리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바로 대소변이었다. 아직 어리고 지금까지 대소변을 어떻게 봐왔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일단 부딪쳐보는 수밖에 없었다. 유튜브에서 강아지 배변훈련 동영상을 연달아 5개 정도 시청 후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일단 집안 여기저기에 배변패드를 깔아놓고 패드 안에 용변을 보았을 때 무한한 칭찬과 간식을 제공하며 배변패드를 하나씩 줄여가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 방법은 굉장히 어려웠다. 일단 강아지가 볼일 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이 녀석이 언제 볼일을 볼지 도대체 감이 오지 않았다. 그 타이밍을 잡기 위해 이 녀석을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잠깐 딴짓을 할 때 용변을 보는 경우가 허다해 칭찬의 시기를 항상 놓쳤다. 이래서야 도저히 교육이 안될 것 같아 난감했다. 그렇게 강아지가 우리 집에 온 지 일주일이 다 돼 갈 무렵이었다. 남편과 함께 산책을 하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다른 견주를 만났다.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 특징이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강아지만 있다면 친근하게 말을 잘 걸어준다. 그리고 이것저것 물어보면 정보 공유도 잘해준다. 그날도 초면이지만 견주분에게 배변 교육이 어렵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혹시 그러면 화장실에 들어가게 해 보셨어요?”
“네? 화장실은 세균이 많아서.... 혹시 안 좋을까 봐 꼭 닫고 다녀요”
“아니야. 혹시 모르니 화장실 문을 열어놔 봐요. 우리도 처음에 우리 강아지 데려왔을 때 가장 먼저 화장실로 데려갔었는데 바로 화장실인지 알더라고요”
“네? 말도 안 돼요ㅎㅎ”
“한번 해봐요! 화장실에서만 용변 보는 애들이 있어~”
에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강아지가 어떻게 화장실을 구분하겠어라며 웃어넘겼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하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거실에 배변패드를 많이 깔아놓고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출근을 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강아지는 화장실 배수구 근처에만 소변을 봐 놨다. 왜 그동안 화장실 문을 안 열어줬냐고 항의라도 하듯이 그 녀석은 그 후로 몇 번의 실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봤다. 우리와 신나게 놀다가도 대소변을 보고 싶으면 다급히 화장실로 뛰어가는 녀석의 뒷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 신기했다. 어디서 이렇게 똑똑한 강아지가 왔냐며 남편과 나는 한참을 칭찬했다. 덕분에 배변패드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화장실 청소는 매일 하게 되었다.
우리가 눈치 없이 화장실 문을 닫아놨구나!
그리고 우리 집에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이 녀석의 분리불안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었다. 또 한 번 유튜브로 이것저것 찾아보며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보았다. 외출할 때 분리불안에 좋은 음악을 하루 종일 틀어놓기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반가워하지 않고 무심히 대하기. 노즈 워크 장난감 설치하기. 같이 잠자지 않기. 외출 후 바로 산책해주기. 등등 여러 가지 방법을 쓰며 녀석이 힘들어하지 않게 되기를 빌었다. 하지만 주인과의 이별일지 버림일지 모를 것으로 인해 분리불안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2주 동안 우리는 강아지와 함께하며 주인을 찾기 위해 전단지도 만들어 붙이고 여기저기 홍보도 했지만 결국 아무에게도 연락 오지 않았다. 처음에 임보를 약속했던 2주의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강아지의 입양처를 찾아야 했다. 직장동료와 함께 강아지가 처음 발견되었던 아파트 커뮤니티에 입양 공고문을 올렸다. 유기된 시점부터 관심을 가져주던 분들이었고 어쩌면 좋은 입양처를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부에서 발생했다.
강아지의 입양 공고문을 올린 후부터 나와 남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조그만 녀석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나는 일을 하다가도 계속 눈물이 차올랐다. 남편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 나에게 입양 희망자가 있냐는 카톡을 5분마다 보내기 시작했다. 한 명은 울고 한 명은 끊임없이 질문했다.
“실장님이 그냥 입양하실래요?”
“우리가 키우면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계속 울기만 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입양하라며 나를 달래주었다. 하지만 그동안 혼자 있어서 힘들어하던 녀석을 지켜봐 왔는데 우리가 입양하는 건 너무 욕심 같았다. 우리보다 집에 상주하는 사람이 있는 가족에게 보내는 것이 강아지에게 더 행복할 것 같았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되고 꽤 괜찮은 조건의 입양 희망자가 두 가정으로 추려졌다. 직장동료는 둘 중에 어디다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점심시간 끝나기 15분 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누구한테 보내기로 했어? 좋은 사람 맞아?”
“고민하고 있는데 둘 다 집에 상주하는 가족이 있어서.... 좋을 것 같아”
“..... 2주 만에 너무 정들었는데 어떻게 보내.... 너무 보고 싶을 거 같아”
오전 내내 차오르는 눈물을 휴지로 찍어가며 울었다면 남편과의 통화로 나는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너무 보고 싶을 것 같다는 남편의 말에 완벽히 공감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근무시간이 되었는데도 나는 한참을 휴게실에서 나오지 못하고 펑펑 울어버렸다. 내가 이렇게 평소에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고작 2주 만에 이 조그만 녀석을 너무 좋아하게 돼버렸다. 강아지와 함께 노는 법도 몰랐던 내가 돌이켜보면 이 녀석과 함께한 매 순간마다 행복했다. 이 녀석이 없는 텅 빈 집안을 들어갈 생각만으로도 너무 쓸쓸해서 눈물이 났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말이 이런 뜻이었을까. 2주의 기억만으로도 이 녀석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도 큰 마음가짐이 필요하지만 강아지가 입양 가기 전까지 임시보호를 해주는 사람들도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뭣도 모르고 강아지를 임시 보호하겠다고 나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