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첫 미용

by 박성희

중성화 재수술을 하고 동물병원에서 한별이는 적어도 4주 이상 넥카라를 해야 한다는 경고를 들었다. 10일도 힘들었는데 4주를 넘게 해야 한다니. 절망적이지만 또다시 피를 보게 될까 봐 우리는 4주 동안 넥카라를 열심히 하고 매일매일 한별이의 수술부위를 소독했다. 결국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나서야 한별이는 넥카라에게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처음 미용을 예약했다. 과연 어떤 모습일지 설레기도 하고 미용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미용실로 예약하고 한별이를 맡기고 두 시간 후 데리러 갔다. 그런데 미용실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보는 강아지가 자꾸 달려들며 반가워하고 한별이는 도통 보이지 않았다.



"한별이 보호자입니다. 한별이는 어디 있나요?"

"거기 그 강아지가 한별이예요"



알고 보니 우리가 들어서자마자 우리에게 달려들었던 모르는 강아지가 바로 한별이었다. 처음 미용이었고 180도 달라진 녀석의 모습에 못 알아봤던 우리는 빵 터져서 미용실에서 한참을 웃었다. 강아지가 미용을 하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구나.



첫 미용한 한별이



그 후 우리는 한별이와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싶었다. 그동안 중성화 수술이니 접종이니 해서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고 즐기지 못한 것 같아 한별이와 여행을 가보기로 했다. 일단 한별이가 차를 타면 불안해해서 차에 적응하도록 노력했다. 강아지 전용 카시트를 사주고 차에 타면 좋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기억을 심어주기 위해 타기 전에 산책도 하고 차에 타면 간식을 주고 조금씩 차 타는 시간을 늘려가면서 한별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헥헥거리고 불안해하던 녀석이 조금씩 적응을 하고 몇 시간씩 차에 안정적으로 앉아 있기 시작했다. 우리의 마음을 안다는 듯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잘 따라와 주는 녀석이 기특했다. 우리는 한별이와 첫 여행지로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다 결정한 곳이 바로 강릉이었다. 무엇보다도 한별이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모래사장에서 과연 한별이가 어떤 반응일지 궁금했다. 남편과 함께 휴가를 맞춰 쓰고 우리는 강릉으로 떠났다. 수원에서 강릉까지 차로 3시간 30분. 출발하기 전 충분히 산책을 하고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다시 간단한 산책을 해주었다. 기특하게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채워준 매너 벨트에는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고 다소곳이 카시트에 앉아 잠을 자며 잘 가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해변에서 한별이는 처음 맡아보는 모래 냄새에 한참을 맡으며 돌아다니더니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뛰어다니며 놀았다. 바다에서 한참을 놀고 도착한 애견 펜션에서는 목욕을 하고 함께 침대에 누워 쉬었고 알려주지 않아도 집에서처럼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았다. 사장님이 챙겨주신 배변패드는 또다시 무용지물이 되었다. 저녁에는 물회와 닭강정을 포장해서 숙소에서 같이 먹으며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사이에는 한별이가 앉아 한참을 웃고 있었다.


강아지를 키우기 전까지는 강아지에게 표정이 있다는 말을 믿지 못했다. 하지만 한별이를 키우면서 정확히 알게 되었다. 강아지에게도 확실한 표정이 있다. 화난 표정, 즐거운 표정, 궁금한 표정, 삐진 표정, 웃는 표정 등등. 그날 바다를 만난 한별이는 확실히 행복한 표정이었다. 녀석의 행복한 표정에 우리도 스며들어 행복한 표정을 했고 한별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한별이와 첫 여행을 다녀오면서 우리는 한별이의 행복한 표정을 오래오래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녀석이 행복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함께 하고 싶다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부터 가족이 될 운명이었던 것처럼 같이 여행도 다니고 나의 친정인 강원도도 잘 갔다 오며 한별이와 함께 우리의 일상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한별이와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