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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기 의미

함께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

by 하민영

어떤 일을 할 때 똑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어떤 이는 열과 성을 다하고 또 어떤 이는 대충 하기도 한다. 책임감과 의무감만으로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다. 같은 목표를 갖지만 서로 다른 태도와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각자 능력의 차이도 있지만 행위에 대한 의미와 목적, 이유 등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목표가 분명하고, 의지가 있으며, 의미를 갖고 있을 때 열심히 할 수 있으며 성실하며 즐겁게 할 수 있다. 필자는 자서전 쓰기의 의미를 알고 필요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함으로써 '함께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에 열심히 참여하고자 한다. 자서전 쓰기가 갖는 의미를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자서전은 그 누구보다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나를 위한 책이다.


여러 해 동안 글쓰기를 꾸준히 해 왔지만 자서전 쓰기는 기존 글쓰기와는 완전 다른 글쓰기다. 일기 쓰기는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고 순간순간의 감정을 해소하고 일상을 기록하는 과정이다. 블로그 쓰기는 다른 사람과 정보를 공유하고 소소한 경험을 나누며, 글쓰기 향상에 도움이 된다. 책은 하나의 주제에 맞게 글을 풀어간다. 두 권의 책을 출간하면서 삶을 되돌아보았지만 총체적으로 인생을 돌아본 것은 아니다. 자서전은 인생전체를 회고하면서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의미를 찾는 과정이다. 기존 책 쓰기 와도 차원이 다른 그동안 한 번도 써보지 않은 글쓰기다. 책을 출간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글쓰기라면 자서전은 삶 전체를 스스로 돌아보며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작업이다. 자서전 쓰기를 통해서 과거를 회고하고 현재의 삶에 밑거름이 되며 미래를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면 자부심도 있지만 회한도 많다. 그동안 살면서 잘해왔던 일도 있고, 성과를 거두었던 업적도 있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것도 있고, 높은 성취를 거둔 것도 있으며, 현명한 선택을 한 것도 있다. 어리석은 판단이나 행동도 있고, 준비가 부족해서 기회를 잃은 것도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일도 있다.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도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 일도 많다. 삶의 음과 양이 공존하고 있다. 회고의 과정을 통해 지나온 삶뿐 아니라 삶의 태도와 자세, 철학이나 가치관을 돌아볼 수도 있다.


자서전은 막연한 감상에 빠진 과거 회상하기가 아니다.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회고이며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인생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내가 내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는 일이다. 내가 나를 들여다보며 정리하는 작업은 그 누구보다 나를 위한 작업이다. 다른 누구에게 보여주는 글도 아니고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쓰는 일도 아니다. 오로지 나에게 관심을 갖고 나를 표현하는 일이며 나를 사랑하며 나를 위한 과정이다.


둘째, 자서전은 행복한 노년을 위한 확실한 준비 과정이다.


백세시대에 나는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백세 인생에서 반절을 살았고 앞으로 절반을 살아야 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노년이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다. 내 눈앞에 닥친 문제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가보지 않은 길이라 불안하다. 노년기는 젊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달라질 것이라 예측된다. 노인의 삶을 살고 있는 부모와 이웃 어른들, 노인이 되어가고 있는 형제와 자매를 보면서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가까운 가족과 이웃 어른들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 인생 무상함을 느낀다. 과거의 내 모습과 현재의 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허무다고 여긴다. 노년을 생각하면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다.


육체적으로 약해진 부모님, 경제적으로 취약한 할머니, 늘 외로워하시는 할아버지, 치매로 요양원에서 생활하시는 어머니, 자식들이 돌보기를 바랐던 아버지, 질병으로 고생하셨던 오빠와 형부, 이웃 어르신 등은 노년의 삶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년이 되어서도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노인이 되면 젊은 시절 같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노년기에는 수입이 줄고 건강은 약화되며 사회활동은 위축되어 예전의 활력과 자신감을 상실할 수 있다. 때로는 자녀나 이웃, 사회에 의존해서 살아가야 한다.


나는 노인이 되어서도 현재의 생활수준과 신체적.정신적 상태를 유지했으면 한다. 노인이 되어서도 경제적으로는 안정되고, 정신 심리적으로는 풍요로우며, 신체적으로는 건강하며, 사회적으로 활기차게 살고 싶다. 일시적으로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부분적인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받을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련다. 나이와 상관없이 활력과 자신감이 있으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열정적인 사람이고 싶다. 더 나아가 지금보다 나은 삶의 태도와 자세, 더 성숙한 인품으로 살기를 소망한다. 그저 그러한 삶이 아니라 행복한 노년을 꿈꾼다.


미래를 위한 준비로 자서전 쓰기는 매우 의미가 있다. 살아온 세월만큼 살아가야 할 인생이 길다. 학창 시절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공부하고 자격증 시험을 보고 불면의 밤을 지새웠던 것처럼 노년이라는 새로운 삶으로의 진출을 위해 준비가 필요하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때도 어떤 성과를 거두고 열심히 살았고 희망이 있었다. 지금은 다소 몸은 약해졌지만 젊은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족과 돈이 있고, 더 많은 경험과 지혜가 쌓였다.


행복한 미래, 즐거운 노년을 꿈꾼다면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의 나는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고 미래는 현재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회고를 통해서 우리는 과거의 선택이나 결과는 바꿀 수 없지만 지금부터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미래에는 좀 더 현명한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미래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를 반영한다. 어떤 이는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은 부질없다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과거를 돌아보아야 현재를 어떻게 살 것이며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지 알 수 있다. 회고를 통해서 지금 자신의 모습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현재 해야 할 일과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설계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미래를 위한 준비는 회고를 통해서 가능하다.


자서전 쓰기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배우는 과정이다. 자서전 쓰기는 인생 2막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삼기에 탁월한 작업이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보다는 미래를 위한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그 준비의 출발점이 자서전 쓰기다.


셋째, 자서전은 자녀들을 위한 유산으로 엄마가 들려주는 엄마 이야기다.


자서전은 훗날 우리 자녀들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가 살아온 삶이 궁금할 때 읽었으면 좋겠다. 살다 보면 엄마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때 엄마는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았을까? 엄마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어떤 힘으로 견뎠을까? 그럴 때 엄마의 자서전을 보면서 엄마를 이해하고 알아갔으면 한다.


아이들은 엄마의 자서전을 보면서 자기 삶의 길을 찾아갈 수도 있다. 자기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절망이 찾아올 때 엄마의 이야기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엄마의 삶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배우고, 아쉬운 점은 아쉬운 대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다른 위대한 위인보다 엄마의 삶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더 많은 것을 느낄 것이다. 삶에는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 함께 존재한다.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동과 환희, 기쁨과 희망이 있고, 좌절과 절망, 슬픔과 고통 등이 있다. 어느 시기에는 어둠의 그늘이 또 어떤 시기에는 햇살이 쏟아진다. 삶이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가 살아온 생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


엄마가 들려주는 엄마의 이야기를 심심풀이로 읽기를 바란다.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시대와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경험과 사실에 흥미를 가졌으면 한다. 옛날이야기 책처럼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고, 역사책을 읽듯이 술술 읽히는 책이기를 바란다. 어린 시절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 책을 들으면서 잠들었듯 밤잠을 설칠 때 엄마의 이야기 책을 보면서 잠들었으면 한다. 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 지나고 엄마가 어릴 때는 말이야.... 귀를 쫑긋 세우고 엄마의 옛날이야기에 푹 빠져 있을 아이들을 상상하니 벌써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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