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걸 원한다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기꺼이 해내야 한다.'
-토마스 제퍼슨-
하나만 '함께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다. 3월에 계획을 세웠고, 4월 첫 모임을 시작으로 네 차례의 온라인 모임을 했으며, 카톡방에서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
첫 모임에서는 자서전이란 무엇이며 자서전을 쓰려고 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은퇴 후 막연하게 자서전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거나, 하나만에서 자서전을 쓰자고 하니 시작한다고도 했다.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기록을 해야겠다고도 했고, 자식들에게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도 했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과제로 주었던 연보 작성을 이야기했다.
작성한 연보를 소개하고 연보를 작성하면서 느낀 점을 나누었다.
지금 여기에만 집중해서 살다 보니 많이 잊고 지냈다고 했다. 연보를 작성하면서 지난 발자취를 찾아서 기록하는 일이 재미있다고 했다. 주민등록초본을 떼어 본 회원은 자신이 병원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 사망한 언니에 대한 기록도 확인했으며, 이사를 여러 번 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어릴 때 울릉도에서 살았던 일, 아버지가 학교 와서 짝꿍 바꿔 준 일, 배멀미했던 일도 생각난다고 했다. 20대에 결혼하고 남편 사망 이후 자식을 키우던 일 등을 생각하니 참 많이 힘들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또 다른 회원은 연보 작성하기 처음부터 막혔다고 했다. 딸의 탄생과 결혼, 아들의 방황과 졸업, 취준생 생활 등을 떠올렸고 인생의 동반자인 남편의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했다고 했다.
세 번째 모임에서는 연보와 연표 작성하기, 소감 및 진행상황 등을 발표했다.
앨범에서 사진을 찾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회원은 사진을 보며 옛일을 추억하고 블로그에 쓰고 있었다. 나중에 블로그를 모아서 자서전으로 엮겠다고 했다. 사진을 보고 누구랑 언제 어디를 갔는지 적어놓지 않아서 기억나지 않는 사진도 있다고 했다. 사진을 찾다가 딸이 어릴 때 쓴 시를 발견했는데 하나만 카톡방에 공유했다. 무척 잘 쓴 시였다. 노벨문학상 감. 연표작성하기는 참고할 만하 자료가 별로 없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고 육영수 여사 사망사건, 고등학교 때 전국체전 등을 떠올리며 마스게임, 식전행사 등이 기억난다고 했다. 74년 대전에 처음 들어온 백화점, 나이트클럽 등과 80년대 명품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기억, 백화점 붕괴사건 등도 기억했다. 본가에 있던 가족 앨범이 없어져서 아쉽다고 했다. 옛날을 추억하며 당시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고 하니 오빠와 부모님은 돌아가셔서 물어볼만한 사람이 없다고 했다. 남아 있는 형제와 중고등학교 친구들에게 물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회원은 되돌아보는 작업이 고통스럽다고 했다. 일상을 되돌아보고 글을 쓰는 것이 우울해지고 감당이 안될 것 같아 두렵다고도 했다. 굵직한 것, 기억나는 것 중심으로 기록했다고 했다. 한 회원은 학창 시절 자신에 대한 기억을 친구에게 물어보았다고 했다. 어린 시절 남동생이 운동한다고 하면 자신이 포수, 골키퍼 등등 보조를 다 해줬다고 한다. 체육시간에 조교로 활동했으며 공 던지기 할 때는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겼다고 했다. 회원들 모두 빵 터졌다.
네 번째 모임에서는 과제로 주었던 프롤로그를 공유했다.
프롤로그에는 자서전을 쓰게 된 동기와 배경, 자서전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작성했다. 첫 모임에서 자서전을 쓰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했다면 이번 모임에서는 글로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글로 작성하니 말로 작성할 때보다 더 확실하고 구체적이며 감동적이었다.
자서전을 쓰게 된 동기는 자신을 돌아보고 이후 자신의 삶을 찾는 중간정리 과정이라고 하였다. 희로애락 삶의 과정을 자신의 말로 이야기하고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앞만 보고 살아온 나를 위한 선물이고 싶다고도 했다. 어제 일도 기억하지 못하고 살아온 자신에게 건네는 기록이라고도 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무너지고 어떻게 일어서는지,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잊고 살았다고 했다. 자서전을 쓰면서 있는 그대로 남기려고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녀들이 엄마가 보고 싶을 때나 힘들 때 엄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자신의 보물인 자녀들에게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각자 자기가 쓴 프롤로그를 발표하면서 울기도 했다. 듣는 사람들도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살아온 삶들이 가엽고 위대하게 여겨졌다. 회원들의 프롤로그만 들었을 뿐인데 완성된 자서전이 쭉 펼쳐지는 것 같았다.
회원들은 어렵다고 하면서도 과제를 내주면 곧 잘 수행하고 있다. 열심히 따라와 주는 회원들 덕분에 자서전 쓰기가 어렵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걸 원한다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기꺼이 해내야 한다.' 말처럼 자서전 쓰기는 처음이지만 우리는 실천을 통해서 기꺼이 해내고 있다.
책임감은 목표를 이루는 추동력이다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었다. 자서전 쓰기는 처음이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지만 공부하며 길을 찾아가고 있다. 모임을 운영하는데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프롤로그를 작성하면서 리더로서 마음가짐을 정리해 보았다.
리더는 모임을 이끌고 회원들이 목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리더로서 갖는 책임감은 목표를 이루도록 하는데 좋은 추동력이 된다. 자서전을 써 본 사람이 아무도 없고, 리더도 자서전을 써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서전을 쓰는 방법을 모른다. 리더는 먼저 공부하고 방법을 찾고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어쩌면 회원 모두가 함께 공부하고 길을 찾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 과정이 조금 혼란스럽고 어려울 수도 있으나 책들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노력하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리더는 그 과정이 더디고 어려워도 찾아가야 한다.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자서전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하나씩 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완성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리더는 뒤처지는 사람들은 함께 가 보자고 격려하고 응원해야 한다. 책임감으로 마음이 앞서서 회원들을 탓해서는 안된다. 자서전 쓰기란 삶에서 여유 있는 시간에 하는 취미활동으로 여겨야 한다. 생업보다 더 중요할 수 없다. 다만, 리더는 회원들이 바쁜 일상과 생업 중에도 자서전을 쓰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 회원들이 생각만큼 잘 따라오지 않는다고 질책하거나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언제나 여유로운 마음으로 오로지 각자의 자발성에 기반하여 자기 수준에 맞는 글쓰기를 하도록 해야 한다. 어려운 점은 함께 논의하고 방법을 모색하고 길을 찾아가면 된다. 동참하는 마음으로 때로는 숙제하는 마음으로 또 때로는 절실한 마음으로 끝까지 해내도록 지지하면 된다.
다른 사람이 못한다면 나라도 하면 된다. 내가 못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 하도록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떤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이것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번 경험은 이후에 다른 사람이 자서전을 쓰고자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추후에는 더 쉽게 자서전 쓰기를 진행할 수 있고, 또 다른 자서전 쓰기 강좌를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회원의 요구에 의해서 회원의 바람을 실현해 주는 것 같아도 결국 내 요구이며 내 성과를 이루는 것임에 틀림없다. 언젠가는 나도 자서전을 쓰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여 내 목표를 가지고 나를 위해서 하는 글쓰기임을 기억해야 한다. 아무도 자서전을 쓰지 못할지라도 나는 이 과정에서 반드시 내 자서전을 쓰면 된다는 마음으로 진행하면 된다.
나는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입니다.
하나만 '함께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회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입니다."
이 말은 회원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나에게 하는 말이다. 처음 가보는 다소 어려워 보이는 일 앞에서 물러서지 않기 위해 나 자신에게 던지는 자기 암시다. 프로젝트를 완수하리라는 자기 확신 없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자서전을 쓰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모두가 자서전을 쓰지는 못한다.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서전을 쓸 수 있지만 쉽지는 않다. 필요성을 느끼고 의지가 있어야 하며 시간도 있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어렵다. 자서전을 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목표가 분명하고 함께 하는 사람이 있으면 된다. 특히 곁에 사람이 있으면 훨씬 수월해진다. 함께 쓰는 하나만 글모임이 있으니 참 다행이다. '나는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벌써 자서전이 내 손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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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엄마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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