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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드로 Apr 27. 2024

대학원 인턴 일기(난 똥멍청이인가?)

데이터 전처리만 붙잡고 두 달 걸렸어요(심지어 아직도 ing....)

전국의 여러 대학원생 분들, 인턴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의료영상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연구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xxx입니다.


처음 이 연구실에서 일을 하게 된 건 2월이었어요.


처음에는 다 좋았죠, 물론 지금도 썩 나쁘진 않아요..


처음에 교수님은 데이터 전처리 과정부터 차근차근 배워가보자,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데이터 전처리 파이프라인과 데이터에 대해서 공부했고 이제 남들보다 쪼금? 그 분야에 대해서 알게 되었네요. (근데 남들은 2주면 할 일은 저 혼자 2달 넘게 붙잡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쉘 스크립트로 데이터 전처리 명령어를 입력하고, 코드를 터미널로 실행시켰는데, 결과는 절망적이었어요.


데이터 전처리 소프트웨어의 공식문서에 의하면 램을 8GB 정도 할당하고, CPU는 8 코어로 실행하면 1~2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는데 웬걸, 3시간, 4시간... 심지어는 하루가 지나도 제 데이터전처리는 끝날 기미가 안보였어요.


얼마나 지났을까, 데이터전처리가 끝났다는 메시지가 뜨고 드디어 이 뻘짓 막일도 끝이다라는 생각을 할 무렵, 어림도 없지 역시 에러라는 새끼가 따라왔네요.


정말 입에서 온갖 욕이 다 튀어나올 것 같았어요. 연구실에 아무도 없었으면 정말 다 때려부셨을 것 같아요.


"X발 이 X같은 데이터는 왜 안돼는거야, 돌리는 데도 개오래걸리는데 하...tlqkf..."


교수님은 데이터 전처리 원리를 공부하고 여러 가지 옵션들을 공부해 보자고 하셨는데,


전 솔직히 지금 잘 모르겠어요.


그런 옵션들을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실제로 그 옵션이 제 데이터에 잘 적용되는지를 봐야 하는데, 아무 옵션을 안 넣어도  빌어먹을 에러는 발생하고,


전 그래서 근 2~3주 동안 에러만 건드리고, 데이터 전처리만 돌리다가 시간이 다 지나갔어요.


저는 잘은 모르지만 연구의 과정은 데이터 전처리 -> 데이터 분석 -> feature를 추출하고 해당 feature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모델 생성 -> 훈련 -> 검증 ->테스트라고 생각했는데, 데이터 전처리 과정에만 두 달 가까이 걸리는 모습을 보니 정말... 할 말이 없었어요.


여러 관련 논문들은 보면 데이터 전처리 과정은 아무것도 아니고, 데이터의 특성을 추출하고, 해당 특성이 의미가 있는 특성일지를 분석하고, 인공지능 모델을 만드는 것이 주목적인데, 전 데이터를 가공하는 데에만 이렇게 시간을 오래 쓰는 게 맞는가 하는 좌절감이 들더라고요.


지금도 글을 쓰는 와중에 터미널에서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혹시...? 이번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괜히 드네요.


제발 오류나지 마라....날거면 빨리 알려줘....


처음에는 교수님이 원망스러웠어요.


뭔가 정확하고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주기를 바랬는데, 교수님은 웬만하면 저한테 모든걸 맡기는 느낌이었어요.


물론, 절 믿어서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관련 분야 전공자도 아닌데...그저 교수님은 얘가 뭘 어떻게 하나 지켜보자...라는 마인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저는 여태까지 수능을 3번 보고(정확히는 4번),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남들이 시키는 일, 정말 세세하게 정해진 일들만 해왔는데, 이제 와서 제가 정말 끝도 없는 지식들 중 저한테 필요한 지식을 골라서 제 주도하에 하나의 연구(이걸 연구라고 할 수는 있을까요)를 하려고 하니, 정말 앞길이 캄캄했어요.


그래서 연구실에 출근하면 정말 괜히 있어 보이게 논문 읽는 척만 한 것 같네요.


엊그제도 주간보고서가 개판이라는 평을 받고 우울해서 지금은 한강공원에 와서 글을 작성하고 있는데, 이런 과정이 어쩌면 저한테 필요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렇게 혼나고, 깨지고, 힘들어해야 비로소 남들과 비슷하게라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다음주부터는 출근하면 시간은 좀 더 걸릴지언정 제 무지를 인정하고 정말 조금씩 나아가보려구요.


갑자기 글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는데, 이 브런치 책에는 제가 그주마다 느낀점과 소소한 성과(?) 그리고 대학원 생활에서 힘든 점과 제가 그 과정을 견뎌내는 과정을 적어볼까해요.


그럼, 다음주에 돌아올께요!!!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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