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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진 Nov 10. 2021

나의 주말은 5시 50분에 시작된다

에피소드 오픈 01

 빵집 오픈 시간은 오전 7시. 정각이라도 손님이 있으면 응대를 해야하기 때문에(하지만 제발.. 적어도 7시 반에 와주세요...) 6시 50분까지 가야지 마음이 편했다. 집에서 5분 정도 걸렸기 때문에 6시 45분에는 출발. 지금 생각하면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그때는 나가기 전에 화장까지 해야해서 초스피드로 한다면 5시 50분엔 일어났어야 했다.


 이런 상황이 내게 알려준 건 첫째 앞으로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저녁엔 술약속은 못 잡겠다는 것 둘째 강제 미라클 모닝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 사실 처음엔 일어나기가 정말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조금... 아주 조오오~~~금 익숙해졌다. (와 근데 훨씬 전에 오시는 제빵 기사 님... 너무 존경해요...)


 이때 일을 하고 내 마음에 새긴 게 하나 있다. 절.대. 빵집 오픈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냥 구워진 빵을 매대에 올리고 손님 응대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물론 이 일이 빵집 일의 대부분이지만 오픈엔 정말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물류.


 아침에 빵집 문을 열면 뒷문에 가득 채워진 박스가 정말 여럿 있는데, 생지 나누고~ 케이크 분류하고~ 물류 빵 진열하고~ 샐러드 재료 따로 놓고~ 그렇게 일을 하면 30분은 뚝딱이다. 정말 처음에 제빵 기사 님 재료와 샐러드 기사 님 재료가 너무 헷갈렸는데 함께 일한 언니가 잘 알려줘서 고마웠다(이 언니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물류 정리가 끝나기 전에 손님 들어오면 후다닥 뛰어서 포스를 봐야 된다. 그리고 이때 정말 높은 확률로... 왜이렇게 빵이 없냐는 분이 적어도 하루에 한 분은 오시는데... 손님... 빵은 7시부터 11시까지 순차적으로 나와요... 안 그러면 제빵 기사 님과 알바들은... 4시부터 있어야 되어요... 봐주세요...


 물류가 끝나면 잠시의 여유를 느끼면 8시 반 ~ 9시쯤 한 번, 10시 반에 또 한 번(심지어 이땐 2차 물류도 들어옴) 러쉬 시간이 온다. 이때 정말 많은 사람들을 보고 여러 일화가 있었는데, 힘들지만 재미있는 일도 꽤 있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오전 빵집 알바 일의 가장 힘든 요인 중 하나지만 아이러니하게 오전 알바의 좋은 요인 중 하나기도 했다. 누가 시키지 않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나를 알기에 그때가 아니면 언제 사람이 적은 상쾌하고 시원한 공기를 실컷 마실 수 있을까. 가장 더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의 밝지만 차분한 그 새벽이 아직도 가끔은 생각난다. (하지만 일어나서 볼 의지는 절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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