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론에 관한 간략한 소개 ① 뉴턴의 <광학>

by 노인영

빛의 문제는 근현대 물리학의 발전과도 밀접하다. 우리가 어떤 물체를 봤을 때 그 물체를 직접적으로 감지하진 않는다. 빛의 반사로 감지한다. 영화관의 스크린, 홀로그램을 통해 대상을 인식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카를로 로벨리,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케임브리지 대학 트리니티 컬리지 예배당에는 뉴턴의 업적을 기리는 대리석상이 장식되어 있다. 그런데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만유인력을 상징하는 <프린키피아>가 아니라, 유리 프리즘이다. 그가 1703년 빛과 색의 개념을 발표한 <광학>이 던진 당시의 충격을 반영한다.

당시 색에 관한 주류의 인식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빛의 변용설>에 근거했다. 그는 빛의 본성이 백색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둠을 도입하면서 빨강, 파랑, 노랑의 색채 차이가 나타난다고 보았다. 즉 색은 빛과 어둠의 혼합 상태에서 결정된다는 뜻이다. 이 사변적 논리에 도전한 이가 바로 뉴턴이다. 그는 세상의 모든 색깔이 빛 안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데카르트의 광학 실험을 발전시켜 프리즘에 빛줄기를 통과시키면서 그 거리를 늘여갔다. 그러자 6.6m 떨어진 벽에 투사된 빛의 연속 스펙트럼에서 일곱 가지 무지개색이 관찰되었다. 무색의 빛이 이미 빨주노초파남보의 모든 색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프리즘의 두께와 각도를 바꿔보고, 창(窓)의 구멍 크기를 조절해 빛의 양도 달리해 봤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어둠의 양에 따른 색채 차이’는 어떤 실험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뉴턴이 직접 스케치한 프리즘 실험과 그 원리(1666년)


프리즘 두 개의 방향을 바꿔가면서 실험을 계속했다. 반대 방향으로 빛을 통과시키니 분산된 빛이 다시 모여 백색의 스폿이 나타났다. 또한 한 가지 색깔을 골라내어 슬릿을 통과시킨 후 제2 프리즘으로 다시 굴절시켰다. 이번에는 빛의 분산이 일어나지 않고, 제 색깔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백색광을 단색광으로 분리했다가 다시 백색광으로 모으는 이 실험을 '결정적 실험'이라 한다. 그리고 이 실험 결과로 각각의 색이 순수하고, 오히려 백색이 혼합광이라는 사실을 밝혀졌다. 프리즘은 그냥 빛을 굴절시키는 역할만 했을 뿐이다. 뉴턴은 이 실험을 정리하여 새로운 색채 이론 <광학>을 발표했다.

그러나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설명이기에 ‘빛이 입자냐, 파동이냐?’라는 물리학적 논쟁이 치열했다. 뉴턴의 <광학>은 불가피하게 빛의 입자 가설을 대변했으나 역설적으로 실험에서 나타난 결과는 빛이 파동일 때 가능한 간섭 현상이었다. 빛의 변화는 소리의 그것과 상통한다. 근원은 전자기파와 공기로 각각 다르지만, 진동으로 인식한다는 면에서 같다. 사이렌을 울리며 소방차가 곁을 지나가면, 처음 크게 들렸던 소리가 멀어지면서 점점 작아진다. ‘도플러 효과’라 한다. 소리의 파장 때문이다. 빛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빛의 파장 차이는 색의 변화로 나타난다. 가까이 오는 빛은 파랑(청색편이), 멀어지는 빛은 빨강(적색편이)이다. 만유인력에 못지않은 위대한 발견이었다.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 포프가 그의 비문에 이런 글을 남겼다.


“자연과 자연의 법칙들은 밤의 어둠에 숨어 있었다. 신이 “뉴턴이 있으라” 하시니 세상에 빛이 생겼다.”


모네 가색혼합.PNG
모네 감색혼합.PNG
빛의 삼원색과 가산혼합(왼편), 색의 삼원색과 감산혼합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색이 있지만, 인간은 빨강(red), 파랑(blue), 초록(green), 세 가지 색만 볼 수 있다. 각각의 색에 반응하는 세 가지 신경물질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턴이 프리즘을 통해 보았던 단색 스펙트럼이 그것으로, '가시광선(可視光線)'이라 한다. 파장이 370~740nm인 전자기파이다. 전자기파의 대부분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동물은 곤충과 새처럼 더 많거나, 포유동물처럼 적은 색을 볼 수 있다. (프랑크 윌책의 <뷰티풀 퀘스천>) 뉴턴의 실험으로 나타나는 빨강, 파랑, 초록, 즉 ‘빛의 삼원색’을 기본색 혹은 1차 색이라 한다. 이 색이 광학적으로 섞여 시안, 옐로우, 마젠타가 탄생한다. 2차 색이다.

하지만 물감을 섞으면, 결과가 다르다. 아니 정반대다. 시안, 옐로우, 마젠타 물감이 섞여야 빨강, 파랑, 초록이 나타난다. 따라서 빛의 2차 색이 물감(색)의 기본색, 즉 '삼원색'이 된다. 빛의 광학적 배합과 물감의 배합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두 개의 도표는 마지막으로 빛과 색의 삼원색이 모두 섞였을 때 결과를 보여준다. 빛의 삼원색이 모두 섞이면, 명도가 높은 하얀색이 된다. ‘가산혼합’이라 한다. 하지만 ‘색의 삼원색’을 모두 섞으면 검은색(회갈색)이 되는데, 섞을수록 명도가 낮아져 탁해지기에 ‘감산혼합’이라 한다.

쇠라는 물감을 빛처럼 광학적으로 혼합하고자 했다. 순수한 단색광이 동시에 눈에 들어오면, 원래의 색은 사라지고 혼합색이 남는 현상을 말한다. 물감을 점점이 찍어 그렸고, 보는 이의 뇌에서 섞이는 '시각적 혼합'을 유도했다. 따라서 쇠라에게 빛의 삼원색의 변화, 즉 1차 색과 2차 색이 섞여 하얀색(가산혼합)을 만드는 보색(補色) 관계가 중요했다. 하지만 물감으로 표현할 때는 당연히 감산혼합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모네 보색 대비표.png 보색 대비표

복잡하다. 또한 책마다 조금씩 다르게 번역되었다. 독자들은 대강의 개념만 이해해도 무방하다. 다만 색의 배합을 실제 다루는 화가나 디자이너는 보색 관계에 집중하고 있음을 이해하면 된다. 실제로 쇠라는 미국 물리학자 오그던 N. 루드의 색 원반을 이용했다. 팔레트를 파랑, 빨강, 노랑, 초록 등 네 가지 기본색과 그 중간 색조로 제한했다. 그리고 하얀색을 섞었으나 광도와 색과 조화가 보장되도록 색들을 팔레트에서 직접 섞지 않았다. (존 리월드, <인상주의의 역사>)

색과 색 사이의 상호작용에 유의하면서 일일이 점을 찍어 그림을 그렸다. ‘색채 분할법’이다. 그리고 사물로부터 반사되는 색의 영향까지 감안했다. 절대적인 색은 없고, 옆에 놓인 색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그림을 그리기 전 정면과 측면에서 개개인의 인물 특징을 분석했다. 그리고 공간 배치를 계획하고, 사용할 색채를 점검했다. 이후 원색의 점을 일정한 크기로 균등하게 배분하여 일일이 찍었다. 감정을 배제한 채 과학적으로 배색한 것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결과는 화가와 ‘색채의 마술’인 회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뉴턴이 아니라 괴테의 <색채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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