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연 Oct 27. 2024

물건 볼 줄 모르는구나

좋은 물건 고르는 방법

시장에 갔다. 허기가 져서 잔뜩 처진 어깨로 동네시장에 갔다. 순대국을 먹을까? 아니야, 추어탕을 먹을까? 아니야, 저번에 포장해갔던 낙지볶음을 먹을까? 아니야. 배고픔에 허덕이며 잔뜩 예민해져 결국 어디 자리잡고 먹기보다 채소 섭취를 늘리기 위해 야채가게로 향한다. 다정한데 툭툭 던지는 말이 재밌는 허리굽은 할머니 사장님이 나를 반기며 뭐 찾냐며 묻는다. 두부 한 모, 상추, 로메인, 당근을 집는다. 이건 얼마에요? 저건 얼마에요? 묻는다. 사장님은 마감시간이니 싸게 준다며 이것도 가져가고 저것도 가져가라고 덤이니 얼마나 좋냐며 자꾸 나의 짐을 더한다. 나는 다 못먹을 양은 안산다고 말을 건네며 추천품목은 사양한다. 그녀는 왜, 식구가 몇인데? 이거 그냥 거저 주는거야, 지금 문닫을 시간이니까~한다. 나는 식구가 없는데요, 저 혼잔데요 한다. 그러자 그녀는 으잉~ 식구가 없어? 식구가 없구나~ 그러면 안사는게 맞지. 하고 날 이해해준다. 나는 말하고 나서 깨닫는다. 아, 맞다. 나 이제 같이 사는 식구가 없지. 먹을 식 입 구.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다. 거실 한가운데에 있는 테이블 위에 한상차림을 해도 먹을 사람은 나뿐이다. 둘이었다가 혼자가 됐다. 2인분 식사가 1인분 식사가 됐다. 2인분의 삶이 1인분의 삶이

두 개인채로 쪼개졌다.


나는 새송이버섯을 가리키며 이건 얼마에요? 물으니 그녀는 으이구, 저걸 사갈라 그래? 물건 보는 눈이 없네. 이거 봐봐, 다 썩어가잖아. 이건 내가 안 팔 거야. 아가씨, 물건 볼 줄 모르는구나 하고 빙그레 웃는다. 그러면 표고버섯으로 달라고 하니 그렇지, 얘는 상급이지 하며 까만 비닐봉투에 적당량을 집어 넣는다. 자기가 국민학교 밖에 안나와서 돈계산을 못한다 한다. 그럼 나는 내가 계산을 도와주겠다 한다. 그녀는 빵긋 웃으며 그래, 좋네, 그 말 좋네, 도와준다는 말, 말도 어쩜 그렇게 이쁘게 해, 하며 나를 툭툭 친다. 두부 한 모 몇 천원, 당근 한 봉 몇 천원, 표고버섯 몇 천원, 상추 반근에 몇 천원. 휴대폰 계산기에 적고 나니 총합계는 1만 3천원이다. 역시 시장 인심이 넉넉하다. 지갑을 꺼네 현금을 건넨다. 그리고 그녀가 건네주는 채소로 꽉 찬 비닐봉지를 에코백에 넣는다. 영차, 하고 무거워진 에코백을 포대기에 아기 안듯이 들어서 그녀에게 잘 먹겠다고, 또 오겠다고 인사를 한다. 시장 밖을 나선다. 자꾸 사장님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아이구, 아가씨. 물건 볼 줄 모르는구나.”




가수: 10cm

노래: 어제 너는 나를 버렸어

https://youtu.be/bYleMOXKggY?feature=share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