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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 Aug 21. 2024

일상을 응원하는 브랜드, 오니프

짠순이의 소비리스트 ep.1


 생각해 보면 나는 늘 ‘짠순이’에 가까웠다. 대학생 때는 돈 쓰는 법을 잘 몰랐다. 뭔가를 사기 위해선 한참을 고민해야 했고, 입을 옷이 도저히 없다며 들어간 그 흔한 스파 브랜드 매장에서조차 어떤 ‘삘‘이 오지 않는 날은 빈 손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알바비 조금, 부모님에게 꼬박꼬박 받는 용돈 조금, 식비를 제외하고서는 크게 쓸 일이 없어 자연히 모이고 모인 돈은 어느 날 통장을 열어보았을 때 적지 않은 액수이긴 했지만, 그조차도 마음껏 써도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마음에 드는 2만 9천 원짜리 캡모자 하나를 사는 것도 몇 날며칠 고민하던 나였다. 그렇다고 가계부를 열심히 쓴다거나, 목표를 정해 지독하게 아껴 모으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어찌 되었건 돈이 나가는 곳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몸에 배어있는 짠순이 기질은 직장인이 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월세를 한 달에 50만 원씩 내면서 저축에도 매우 진심인 까닭에 여전히 빠듯하게 살아가고 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스스로 허락한 생활비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이건 한 달 내에 정해진 약속과 정해진 집밥과 정해진 생필품만 허락한다는 뜻이다. 쓸 줄 몰라서 안 쓰던 대학생 때와는 다르게, 비용의 통제에 있어 조금 깐깐해진 셈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런 나를 고삐 풀리게 하는 순간이 종종 찾아왔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도 이건 사지 않으면 안 되겠어,라는 생각에 구매를 해버리고야 만 것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에서 나의 취향과 관심사를 발견한다.



- 오니프의 북홀더링

- 괌 기념품샵의 바나나칩

- 과일가게 자두 한 팩

- 록페스티벌 티켓 2매

- 일러스트레이터 재연일기의 굿즈

- 리드앤두의 온라인 웨비나

- 사이드 크루의 커뮤니티 프로그램



 최근 한 달간의 지출을 떠올려 보았을 때 오랜 고민 없이, 어쩌면 충동적으로 돈을 지불하기로 결심한 것들이다. 생각해 보면 각각의 배경에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혹은 사람 혹은 시간이 있다. 이야기가 있는 물건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들인 유무형의 자산들이 가진 그 미묘한 이야기를 작게나마 펼쳐보려고 한다. 아껴서 모으는 것보다 더 가치 있을지도 모르는 소비의 힘을 믿으면서.




1. 오니프의 북홀더링


 어떤 물건은 가지고 있기만 해도 브랜드의 어떠한 이미지를 꼭 맞는 옷처럼 입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내게는 오니프가 그렇다.


 오니프를 맨 처음 알게 된 것은 북홀더링 덕분이었다. 그때만 해도 8천 원짜리 친환경 버전이 출시되기 전이라, 2만 얼마의 원목 버전만이 유일한 옵션이었다. 한 손으로도 책을 편하게 볼 수 있게 만든다는 물건의 존재 이유와 조개를 닮은 독특하고도 귀여운 모양새에 반해, 무작정 갖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성수에 위치한 작업실을 찾아갔다.

 

 작업실의 일부를 쇼룸으로 오픈하고 있을 때라, 크지 않은 공간에서 작고 큰 오브제들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원목으로 만든 제품이다 보니 학생, 그것도 짠순이인 내가 구매하기에는 만만하지 않은 가격대라는 것을 확인하고선 ‘여기 있는 걸 다 살 수 있을 만큼 많은 돈을 벌어야지’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갖고 싶었던 북홀더링조차도 마음에만 품은 채 나오려는데, 같이 간 친구가 포스터 한 장을 선물해 줬다. 빛을 받아 부서지는 파도가 아름다운 사진이었다. 빈손으로 나올 뻔한 나에게 처음으로 오니프의 물건이 생긴 것이다. (어딘지 모르는 어느 날의 바다는 여전히 우리 집 현관문에서 계속 반짝이고 있다.)


 그로부터 약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오니프도, 북홀더링도 잊고 있던 나에게 친환경 북홀더링 광고가 스쳐 지나갔다.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곧바로 캡처를 한 뒤 위시리스트에 고이 담아두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다음 날 들른 서점 가판대에서 우연히 이 친구를 발견한 것이다! 이런 기회 혹은 운명은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옵션 중 우드색을 골라 신나게 계산했다. 더이상의 고민도 없이 구매할 수 있었던 건, 독서를 좋아하는 내게 우드링이 주는 유용함과 몇 년 전 동경했던 브랜드의 일관됨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직접 갈고닦는 정성으로 일상에 녹아들 오브제를 만드는 브랜드, 오니프. 뭔가를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쓰는 사람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진심이 있다면 반드시 통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진심은 나와 같은 ‘팬’을 만들어낸다. 이로써 내게 두 번째 오니프’s 오브제가 생겼다.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시간만큼 모르는 게 더 많은 브랜드이지만, 따지고 보면 늘 시선 끝에 있던 바다도 오니프의 것이었으니, 어쩌면 나는 그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니프가 왜 좋으냐고 물으면, 특유의 부드러운 감성이 좋다. 그들은 독서용품, 화병, 화분 받침대, 사이드 테이블 같은 것들을 모두 곡선을 품은 모양으로 만든다.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원목 소재를 그들만의 시선으로 둥그렇게 빚어낸다. 어떤 마음으로 만드는 걸까?


오니프의 공식 홈페이지에 담긴 브랜드 스토리를 따라 읽어보았다.


since 2019

우리는 일상에서의 치유와 휴식, 위로에 집중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언제 행복한지’, ‘어떤 순간에 위로 받는지’,
스스로의 위로와 행복의 원천이 무언지 알고 있기를, 혹은 알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그들이 위로와 행복의 재료가 필요할 때, 스스로 망설임 없이 그 것을 찾아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만드는 물건들 혹은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단순하고도 즉각적인 위로와 행복의 재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건강하고 단단한 일상이 지속될 수 있기를.


‘위로’와 ‘행복’의 재료가 되고 싶다는 말이 어쩌면 상투적이고 가벼울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우리 모두의 건강하고 단단한 일상을 응원하는 마음, 그것을 '건강하고 단단함'을 상징하는 나무라는 재료에 담아내면서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는 것만 같다.


 나중에 지금보다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 침대 옆에, 테이블 위에, 베란다 한쪽에 오니프의 물건들을 하나씩 채워두고 싶다.





 고작 8천 원의 값을 치르고서 이토록 애정 담아 쓰는 짠순이의 소비 이야기. 다음 편에서는 더 다양한 물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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