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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 Aug 27. 2024

반짝이는 작은 것들의 모음

독후감(1) 기록의 쓸모


책을 읽고 나면 아주 간략하게나마 느낀 바를 기록하고 싶어지는데, ‘간략하게라도 쓰자‘하고 시작된 글은 그렇게 한 페이지, 두 페이지가 되곤 한다.


그렇게 써 모은 독후감을 하나씩 공개한다.




1. 기록의 쓸모

- 부제 : 마케터의 영감노트

- 지은이 : 이승희



1) 단편적 평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마케터의 진짜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엄청난’ 영감을 얻고 ‘대단한‘ 감명을 받은 건 아니었으나, 그래서 더욱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책 자체가 짧게 쓴 기록들을 모아둔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평소 좋아하던 책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100% 채우기는 어려웠다. (여기서 잠깐) 평소 좋아하는 책이라 하면, 촘촘한 논리와 근거를 기반으로 특정 분야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과학/인문사회이거나, 혹은 작가의 작품세계에 온전히 빠져들어 유려한 문장과 특유의 표현력에 감탄할 수 있는 문학에 가깝다.

 그는 애초에 내가 즐겨 읽는 류의 글을 전문으로 쓰는 작가가 아니라 '마케터'이기 때문에 평소 가지고 있던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긴 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책을 굳이 사들였을까?

왜 갖고 싶었지?


2) 선택의 이유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큰 고민 없이 뽑아 들어, 손에서 놓지 못하던 시점으로 돌아가본다.


 한창 마케터, 마케팅에 관심이 있었고 그 분야에서는 익히 알려져 있는 승희님의 이야기를 종이의 질감을 통해 좀 더 직접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만지면서 읽고 밑줄을 긋고 생각하는 동안 자연스레 실천동력이 생길 것만 같았다. 기록이라는 아주 작고 사소한 습관에서부터 나의 명분이 생겨날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작은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빌려 읽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구매함으로써 내가 가진 무형의 관심을 유형의 물질로 치환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확실히 눈에 보이면 잊고 있던 것도 생각나기 마련이니까.


3) 느끼고 생각한 것

 그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제로 승희님의 글은 자꾸만 내면의 소리를 불러일으키는 데가 있어서 읽다가도 여러 번 덮고 멈추고 떠오르는 생각에 집중하곤 했다. 호흡이 짧은 글이라는 게 이런 데선 장점이기도 한 것 같다.

 1장 [기록의 시작]

  마케팅과 본질에 대한 인사이트를 업무적으로 연결시켜 자꾸만 브레인스토밍을 하게 되었다. 어떤 페이지의 빈 공간은 우리 브랜드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 빼곡하다. 그것이 당장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문제를 스스로 고민해 본다는 점에서 생각의 근육이 자란다고 믿는다.


 2장 [기록의 수집]

  나 역시 이런 방식으로 모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무조건 모으기”. 어떤 내용이든 어떤 도구든 상관하지 않고 아주 날 것이라도 붙잡아둬야겠다는 강박 같은 것이 생겼다. 평소 기록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이런 것까지 쓰냐며 유난이라고 할까 봐 (사실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데도 스스로 겁먹은 것 같지만) 흘려보낸 적이 꽤 많아서 그간 지나간 것들이 아깝게 느껴졌다.


 3장 [기록의 진화]

  나 역시 글쓰기를 너무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얼른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것도 아마 이 책을 읽고 스멀스멀 올라온 욕구가 한몫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곧바로 글을 쓰고 있다.




  나 역시 책을 내게 된다면 시작은 이런 류의 글 모음집이 아닐까? 어떤 형식을 갖추고 있든 뭐 어때, 책을 낸다는 것은 아무래도 가장 자신 있는 것, 가장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게 될 테니까 그게 곧 나의 대표 창작물이자 아이덴티티가 되겠지.


 내가 5년, 10년 뒤에 마케터가 되어있을지 브랜드 기획자가 되어있을지 뭘 하고 있을지는 정말이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계속해서 콘텐츠 생산자로 살아가고 싶어 할 거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내게만 반짝이는 작은 것조차도 영감의 시작이라는 용기를 준 책. 기록에 해이해질 때, 혹은 내가 가진 것들에 의문이 생길 때 다시 꺼내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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