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년 같은 날 한 직장으로 발령을 받고 동그란 테이블에 모여 앉아 인사를 나누던 첫날의 편안함에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친밀감과 익숙함이 더해져오랜 기간 동안 함께 한 사람들.
퇴근 후 단골집 한쪽에 모여 앉아 다양한 메뉴 주문해먹기와 끊임없는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며피곤할 줄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밤늦은 시간까지 함께 한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
오랜만의 만남에 들뜬 마음으로장미 아홉 송이에 델피늄 살짝 넣은 장미 꽃다발 다섯 개를 만들어 들고 간다.
그동안 자주 안부를 묻지도 않았고, 일 년 가까이 만나지도 못했지만 하루 종일 같이 근무하고 퇴근 후 번개로 만난 것처럼 여전히 유쾌하고 여전히 할 말이 많고 여전히 잘 먹는 멤버들. 장미 꽃다발을 들고 찍은 작은 폴라로이드 사진 여섯 장을 한 장씩 나누어 가지며 한바탕 즐겁게 웃으며 헤어진다.
모임을 끝내고 돌아온 오후.
나를 위해 남겨둔 다섯 송이 중 한 송이가 성급하게 활짝 피어있다.
빨간색 그대로 겹겹이 펼쳐지는 크고 화려한 화형에서 레드 장미의 새로운 매력을 보면서 빨간 장미의 찐한 색감과 싱그러움이 만남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는생각이 든다.
꽃을 만지다 보면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같은 꽃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름날 레드 장미의 정열적인 붉음은 오히려 청량한 시원함으로
한겨울 레드 장미의 진한 색감은 풍요로운 따뜻함으로.
일 년 내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빨간 장미이지만 유독 12월에 이쁜 이유는 찐한 색감이 주는 깊은 느낌과 단단한 꽃잎 펼치며 점점 커지는 화형으로 일주일 가까이 오래도록 화병을 채워주는 생생함 때문일 것이다.
12월에 전하는 레드 장미 꽃다발은 한 해를 보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돌아보고 오랫동안 함께 한 깊고 찐한 인연들에 감사를 표현하는 나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