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PLAN Dec 13. 2021

아니, 언니 나이만큼!

초보플로리스트의 사는 이야기

영상 속 6살 큰딸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아니, 6번.

언니  나이만큼!"


커다란 마이크를 들고 있는 4살 작은딸은

새침한 언니의 말을 듣고 틀린 가사를 지적받으며

'나비야'를  6번 반복해 부른다.


언니와 노래 부르고 춤추며 노는 게 좋아

'언니 하고 싶은 거 다해~'였던 작은 딸은

여섯 번이 무언지도 모르고

언니가 옆에서 카운트해주는 숫자에 맞춰

언니가 '그만!' 할 때까지 열심히 부른다.


아마도 '언니 나이만큼!'이라는

 큰딸의 주문이 사라진 건

딸들이 한 살 두 살 더 먹어가면서

언니 나이만큼 노래 부르는 게 버거워진

작은딸의 자발적인 선택이지 않았을까?




평소 즐겨보는 딸들의 어릴 적 영상 한편이

금요일 오후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표와

 묘하게 겹쳐진다.


나이와 일치하는 몸무게 숫자.


"몸무게가  

나이만큼"


나이만큼 장미꽃을 넘치도록 선물하고

나이만큼 생일 케이크에 초를 하나  꽂는 것은 익숙한데

나이만큼 해마다 야금야금 늘고 있는 몸무게는 참 낯설다



생각해보니 작년에도 나이에 +0.5, -0.5

올해도 나이에 +0.5, -0.5에서 왔다 갔다 하며

몸무게가 몇 년 전부터 나이 주변을 맴돈다.


딸들의 '언니 나이만큼 노래 부르기'는

지금도 웃으며 보는 어릴 적 놀이였지만

'몸무게가 나이만큼'은

나잇살이라고 내버려 두기엔 걱정이 앞서

건강검진 결과표의 수치를 꼼꼼하게 살피고

검사 판정 내용을 거듭 읽는다.


먹는 걸 좋아해

 먹는 양을 줄이기는 쉽지 않아

 꾸준한 운동을 답으로 찾는다.


월요일부터 겨울 추위가 온다는 일기예보.


'따뜻하게 입고 나가면 된다'를

 한번 더 마음속에 새겨 넣으며

해마다 더해지는 '나이만큼'의 몸무게를

 털어버리기 위한 야심 찬 루틴을 계획한다.


작가의 이전글 힐링의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