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생은 정말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by 싸이피

불안할 정도로 좋은 날씨가 지속되는 5월이다. 올해 벌써 20여 권의 책을 읽었지만, 가장 큰 충격을 준 책은 단연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였다.


이 책은 생명체를 그저 '유전자의 생존 기계'로 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도킨스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존재들—나, 당신, 우리 모두—가 사실은 유전자라는 작은 분자들이 펼치는 끝없는 복제 게임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진화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유전자였다는 이 뒤집힌 관점은 생물학적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최재천 교수는 이 책을 읽고 "안개 낀 새벽에 동이 트는 것 같은" 흥분을 느꼈다고 했다. 그 말처럼 이 책은 "읽기 전과 후로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이는" 그런 책이다. 1976년에 나온 이 책을 이제야 읽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생존기계'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이 개념을 아는 것이 좋을지, 모르는 것이 좋을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아니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과학 지식이 별로 없어서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열심히 읽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불안할 정도로 좋은 날씨가 지속되는 5월이다. 올해 벌써 20여 권의 책을 읽었지만, 가장 큰 충격을 준 책은 단연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였다.


이 책은 생명체를 그저 '유전자의 생존 기계'로 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도킨스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존재들—나, 당신, 우리 모두—가 사실은 유전자라는 작은 분자들이 펼치는 끝없는 복제 게임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진화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유전자였다는 이 뒤집힌 관점은 생물학적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최재천 교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은 직후 안개 낀 세상을 바라보며 엄청난 흥분을 느꼈다고 했다. 그동안 배운 모든 것들이 가지런히 정리가 되었고 이 책을 읽기 전의 자신으로 절대 돌아올 수 없다고, 그때부터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이 책은 누군가에게(특히 생물학적 지식이 있는 최재천 교수님 같은 분에게) "읽기 전과 후로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이는" 그런 책이다.

1976년에 나온 이 책을 이제야 읽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생존기계'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이 개념을 아는 것이 좋을지, 모르는 것이 좋을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아니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과학 지식이 별로 없어서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열심히 읽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간단히 정리해본다.




1.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 기계'
도킨스는 진화의 단위를 개체가 아닌 유전자로 설정하며 유전자가 생존과 복제를 위해 개체를 조종한다고 주장한다. 개체는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생존 기계'에 불과하며, 유전자의 복제를 돕는 도구로서 기능한다.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듯이 이 책은 '이기적인 개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다.


2. 이타적 행동의 비밀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이기적이지만, 가끔은 놀랍게도 이타적인 행동을 유도한다. 이건 마치 주식 투자자가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 나중에 더 큰 이익을 노리는 것과 비슷하다. 가족을 돕거나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행동들은 다 유전자가 더 많이 퍼지기 위한 전략이다.


3. 유전자의 넓은 영향력
유전자의 힘은 우리 몸을 넘어선다. 도킨스가 다른 책에서 '확장된 표현형'이라고 부른 이 개념은 유전자가 어떻게 다른 생물이나 환경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유전자는 단지 개체의 몸을 조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개체의 행동이나 환경까지 조작할 수 있다. 인간의 문화, 예술작품, 건축물 등도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나리자 그림이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도 어쩌면 특정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4. 밈(meme): 문화의 복제자
유전자만 복제되는 건 아니다. 도킨스는 '밈'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문화적 아이디어, 노래, 유행어, 심지어 종교까지도 스스로 복제되는 정보 단위로 설명했다. 밈은 유전자와 협력하거나 충돌할 수 있는데 예컨대 독신주의는 밈으로서 퍼져나갈 수 있지만 유전자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5. 반항할 수 있는 우리
도킨스가 전하는 가장 희망적인 메시지는 의외로 우리가 유전자의 뜻에 맞설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유전자와 밈의 기계로 태어났지만, 역설적으로 그 창조자들의 의도를 거스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피임, 입양, 남을 돕는 행동들은 모두 유전자의 명령을 넘어서는 인간만의 능력을 보여준다.


6. ESS(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ESS는 어떤 전략이 개체군 내에서 널리 퍼졌을 때, 그 전략보다 더 성공적인 대안을 허용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종의 수컷들이 짝짓기 전략으로 ‘싸움’과 ‘회피’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하자. 모든 개체가 싸우면 위험하고, 모두가 피하면 유전자가 퍼지지 않는다.

ESS는 그 집단의 전략 구성이 ‘진화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새로운 전략이 침입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상태다.

도킨스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게임이론을 활용했고, 대표적으로 Tit for Tat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들어, 협력과 복수 사이의 균형이 어떻게 안정성을 만들어내는지 설명한다.

ESS는 개체의 이익만이 아니라, 다른 개체들의 전략에 의해 상대적으로 정의된다. 즉, 전략의 성공 여부는 환경과 주변 행동에 따라 동적으로 결정된다(인간 암수의 관계에 대한 예시를 들면 암컷의 5/6가 조신형, 수컷의 5/8가 성실형으로 된 개체군이 진화적으로 안정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행동 패턴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특정 상황에서 내가 보이는 반응이 사실은 35억 년 진화의 결과라고 생각하니,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도 묘한 해방감이 들었다.


한편으론 이 책을 읽은 걸 후회하기도 했다. 내 지적, 신체적 능력의 많은 부분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면, 내가 열심히 노력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은 특히 신중하고 다르게 말하면 우유부단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행동을 주저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숨어 있는 메시지가 슬프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을 유전자 관점에서 이해하면 오히려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여 좋은 직업을 갖고, 좋은 아파트에 사는 것이 '성공'인 한국 사회에서, 사실 우리는 유전자의 운반자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은 의외로 위로가 된다. 우리는 꼭 남을 이겨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진화적 본질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다행히도(혹은 불행하게도), 인생은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는 유전자 복제 과정을 마친 후(또는 실패한 후)에 멈추는 기계일지 모르지만, 그 기계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니 오늘도 열심히 살되, 조금은 더 가볍게, 조금은 더 너그럽게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결국 우리의 '이기적 유전자'도 우리가 행복할 때 더 잘 퍼지니까 말이다. 리처드 도킨스도 마음씨 좋은 놈이 이긴다(Nice guys finish first)고 했다.


9788932473901.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픽션 같은 논픽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