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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Milk Jan 13. 2024

메콩강의 매력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라오스에서의 3주 part2


2023년의 마지막날이 밝았다. 일어나자마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한 뒤 공항으로 향했다. 어젯밤에 상하이에서 도착한 짐을 가지고 기차역으로 향하는 여정이었기 때문에 빠릿빠릿 하게 움직여야 했다. 그래도 하나 다행인 것은 비엔티안이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도로의 상황만 괜찮다면 20분 이내로 기차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친절한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짧은 절차를 따르니 생각보다 쉽게 짐을 찾을 수 있었다. 라오스 사람들은 겉으로는 잘 웃지 않고(특히 대도시의 사람들..) 무뚝뚝해 보이지만 먼저 웃으면서 감사하다거나 인사를 하면 밝게 웃으며 대답해 준다. 15분에서 20분가량 걸렸던 것 같은데 고맙게도 기다려준 택시 운전사의 도움으로 제시간에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차역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한국인 관광객도 많았고 중국인들도 많이 보였다. 이틀이나 호텔에 있는 치약과 칫솔로 이를 닦아 뭔가 찝찝했었다. 전동칫솔과 올리브영에서 구매해 온 유럽 치약으로 닦아야지만 이가 상쾌한 기분이 들었기에 황급히 기차역에서 이틀 만에 조우한 전동칫솔로 이를 닦고, 지난 영국여행에서 공수해 온 자연주의 비누로 세수를 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제품들로 기초화장을 하니 살 것 같았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매일 쓰던 제품들을 잠시나마 쓰지 않으면 피부가 퍽퍽해진다거나 하는 느낌이 드는 건 대도시의 물질주의 사회에 녹아든 일종의 정신병일까? 정신병이라 하면 너무 극단적이니… 얼굴이 기초화장만 3단계 4단계를 거쳐야 하는 대도시의 30대 여성들의 일종의 의식이라 해야 할까?


어찌 됐든, 그렇게 상쾌한 기분으로 기차에 들어서자 기차의 한 칸을 채우고 있는 한국인 관광객 아줌마 아저씨들과 가이드 분이 우리를 반겼다. 이번 라오스르 여행하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우리가 중국인을 폄하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10년의 꾸준한 여행의 결과, 특히 동남아에서 가장 시끄럽고 진상짓을 일삼는 것은 한국인 관광객들이었다. 특히, 이 시리즈의 뒷장에 등장할 방비엥에서는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한국인 마사지샵고 노래방 그리고 식당들이 있는데, 미국인 남편과 나는 우스갯소리로 방비엥은 한국인들이 식민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이 작은 방비엥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한인들의 파워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한국인들이 지리적으로 비교적 가까운 이곳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문화 때문에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취한 여행객들이 새벽 1시 2시에 호텔의 복도에서 큰소리로 떠든다거나 끊임없이 ‘카톡-카톡!’ 하고 카톡이 울린다거나 하는, 여행 시 서로를 배려해야 하는 부분에서 자신들의 세상인 것 마냥 행동한다는 것이다. 기차 안에서도 비슷했다. 모두가 맥주를 찾았고 기차에서 알코올이 담긴 음료를 판매하지 않았기에 그저 옆에 앉은 가족인지, 친구인지,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인지 모를 이들과 대화르 나누며 시끌벅쩍했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 또래의 분들이었기에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했다. 그래도 내가 스쳐 지나간 중국인들은 고마우면 고맙다 말했고 미안하면 미안하다 말했고 서로 눈이 마주치면 웃어 보였다. 나도 한국인이지만, 아니 어쩌면 내가 한국인이라 해외에서 마주치는 한국인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일까? 특히 방비엥으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했던, 그리고 방비엥에서 마주쳤던 많은 한국인 분들의 행동은 조금은 아쉬웠다.


우리가 탄 기차는 방비엥을 지나 루앙 프루방(luang prubang)으로 향하는 기차였다. 수도인 비엔티안에서 3시간 정도 달려가자 도착한 루안 프루방은 매우 아름다웠다. 아무래도 라오스에서 비엔티안 다음으로 ‘잘 사는’ 도시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수도가 비엔티안으로 이전하기 전 이곳이 라오스의 수도였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유럽인들이 굉장히 많았고, 아름다운 메콩강을 중심으로 과거 프랑스가 라오스를 식민화했을 당시에 지었던 건물들을 활용한 부티끄 호텔과, 유럽식 호텔 그리고 바와 레스토랑, 베이커리가 즐비했다. 그리고 불교 국가 특징인, 크고 작은 사원이 많이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2박 3일을 머무는 계획을 가지고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숙소는 작은 호텔이었는데, 우리가 도착하자 아직 방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조금만 기다려 줄 것을 부탁했다. 급한 일정을 가지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기에 느긋하게 호텔 로비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30분 정도가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에 매니저와 직원에게 다시 요청하자 먼저 머물던 고객의 몸이 좋지 않아 퇴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을 듣고도 또 다른 20분이 지났을까? 이미 체크인 시간이 지난 후 도착했음에도 이렇게 방이 준비가 되지 않는 사실에 슬슬 피로가 몰려왔다. 아침부터 일찍 기상해서 조식을 먹고 짐을 정리한 후 급하게 공항으로 달려가 짐을 챙기고 다시 택시를 타고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3시간 넘게 이동해서 도착했으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다시 한번 매니저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아무래도 우리가 예약한 방에 손님이 너무 아파서 퇴실을 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에 다른 호텔로 안내해 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순간 남편의 언성이 높아졌다. 나는 이 호텔을 예약했고 그 방을 예약했고 우리가 체크인 시간이 지나 도착했음에도 방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과 1시간이나 참고 기다렸더니 다른 호텔로 이동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따지기 시작했다. 나의 남편은 꽤나 차분하다. 매우 논리적이고 남의 시선은 정말 신경 쓰지 않는 자존감 만렙의 미국인이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상대방의 기분을 더 고려하고 최대한 좋게 무언가를 해결하고자 하는 그런 성격의 사람이다. 그래도 무언가 아니다 싶을 때는 확실히 하는 편이지만 여행할 때는 최대한 내가 피해를 입는 일이 아니라면 유하게 넘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금액을 지불한 방에서 머물 수 없다는 것과, 그렇게 아프면 병원을 가야 할 그것도 라오스 고객을 어떻게 하지를 못해 엄한 우리에게 피해를 감수하라 말하는 매니저가 당황스러웠다. 이 부분을 설명하며 다시 한번 아픈 환자는 병원에 보내고 우리가 직접 사진을 보고 리뷰를 보고 선택하고 예약한 방에 머물 수 있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두 번 이상 말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더 큰 방으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줬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알 수 있었다. 라오스 사람들은 꽤나 태평하며, 상대방 눈치를 굉장히 많이 보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구입해 온 영어 여행책에도 쓰여있는 부분이었다. 어찌 됐든, 앞으로 3일 동안 마주쳐야 할 호텔의 직원들과 기분 나쁜 시작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업그레이드 해준 방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합의를 보고 드디어 방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특히, 12월 31일! 몇 시간 뒤면 카운트 다운과 함께 희망찬 새해가 시작된다. 액땜 같은 것, 우연 같은 것을 믿지 않는 기독교인이지만 지난 3일 동안 라오스에서 일어난 일은 2023년을 마무리하며 분주하고 들뜬 분위기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찌 됐든 모든 것이 해결됐으니 말이다(남편의 카드는.. 여전히 그 ATM기계에 있다는 것 빼고는..)


꽤나 매력적인 루앙 프라방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지나갔다. 남편이 둘러보고 싶어 하는 불교 사원을 구경하고 싱가포르의 5성급 호텔은 the raffles를 연상케 하는 꽤나 고급스러운 호텔의 해피아워 시간을 활용해 맛있는 모히또를 두 잔이나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유럽 관광객. 특히, 프랑스 인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의 가장 큰 장점은, 서울의 유명 베이커리보다 맛있는 빵과 페이스츄리, 케이크를 서울의 절반이상의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연히 찾은 식당의 한편에는 4~5가지의 프랑스식 페스츄리와 빵이 진열되어 있었다. 가격도 저렴했겠다 간식으로 몇 개 사봤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그중에서도 대니쉬 프루츠(danish fruits)는 입에 넣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맛이었다. 빵에 예민한 남편도 놀래는 맛이니 어느 정도인지 예상할 수 있을까?

Copyright 2024, Lenamilk  All rights reserve
Copyright 2024, Lenamilk  All rights reserve


이렇게 하루가 바쁘게 지나갔다.

이 작은 마을에 카운트 다운을 한다고 폭죽을 터트리거나 신년 파티를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전의 피로 때문인지, 저녁식사 때 마신 맥주 때문인지 밤 8시부터 졸음이 쏟아졌다. 남편은 7시부터 침대에 누워 9시까지 깊은 잠에 빠졌고 나는 졸린 눈을 잠시 감고 잠에 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한해중 가장 설레는 것이 크리스마스와 12월 31일 11시 50분부터 10분 동안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한 해를 생각하며 카운트 다운을 하는 것인데 이렇게 포기할 수 없었다.


2022년 12월 31일 11시 57분에 말레이시아 숙소에 도착했다. 정말 어렵게 도착했었다. 차가 너무 막혀서 안절부절못하며 가까스로 도착한 숙소의 티브이를 켜져 옆나라인 싱가포르 카운트다운 콘서트르르 볼 수 있었고 그렇게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 맞이하는 새해를 만끽하며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꽤나 큰 도시에 있었기 때문에 멀리서나마 10분 넘게 터지는 폭죽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화려한 도시의 새해는 아니지만 그래도 카운트다운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기다리고 기다리다 11시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바로 옆 메콩 강가에서 시작된 가라오케와 젊은 라오스 청년들의 끊임없는 수다와 웃음소리에 잠이든지 40분 만에 잠에서 깼고 느릿느릿 터지는 휴대폰을 붙잡고 1분 간격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유튜브를 키니 한국은 이미 12시가 넘었고 새해를 맞이하며 새벽 2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나마 싱가포르이나 태국 방송이 가장 근접해 있었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하염없이 시계만 바라봤다. 그리고 드디어 11시 55분 56분 57분 58분 59분! 2024년 1월 1일 12시가 되자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폭죽의 소리와 그것을 듣기 위해 창문을 열자 강가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며 해피 뉴이어를 외쳤다! 아주 소박하고 웃긴 새해를 맞이했다.


문제는 그들의 열정이 새벽 1시까지 지속되었고 새해인 것을 감안해 새벽 1시 반까지 참던 우리 부부는 그들의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야외 가라오케를 막기 위해 밖으로 나가야 했다. 가라오케는 곧장 꺼졌지만, 새벽 2시가 넘도록 계속되는 그들의 수다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잠에 빠져들었다.


루앙 프라방에서의 첫날에 마주한 메콩강은 잔잔한 물결 위로 사람들의 기대와 후회 그리고 신나는 감정이 뒤섞여 미묘하고 희망차게 흘러가는 듯했다.



To be contiuned….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사진들로 개인적인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실 때 연락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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