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답게
“소연 씨, 혹시 브랜드 협업 제안 받으셨어요?”
지역 출판사에서 책방과 함께 굿즈를 제작하자는 연락이 왔다.
책방 이름을 활용한 노트, 엽서, 머그컵까지.
준혁은 설레는 듯 말했다.
“이제 진짜 우리 책방이 알려졌나 봐요.”
하지만 소연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녀는 책방 구석, 손글씨 메모가 붙은 책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익숙한 온기와 조용한 숨결이 남아 있었다.
“좋은 제안이긴 한데…
우리 공간이 너무 상업적으로 변하는 건 아닐까?”
소연의 말에 준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 공간은 처음부터
누군가의 마음이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곳이었잖아.”
그날, 두 사람은 책방 안에서 조용히 앉아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오래 이야기했다.
“소연아.”
준혁이 말했다.
“우리가 만든 이 분위기,
그건 브랜드가 아니라 마음이 만든 거야.
그걸 잃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넓혀가면 좋겠어.”
소연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래.
우리가 중심을 잡고 있다면,
어떤 변화든 우리답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야.”
밖은 초여름의 바람이 살랑거리고 있었고,
책방 안엔 다시 고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함께라면 지킬 수 있다는 걸
조금 더 단단히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