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되는 마음
“이 문장… 넣을까?”
소연이 오래된 노트 한 귀퉁이를 가리켰다.
“그 사람의 말 한마디가, 내 하루를 바꿨다.”
준혁은 조용히 그 문장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혹시 나야?”
소연은 웃으며 말했다.
“그럴지도.
그 말이 없었으면,
달빛 서재도 없었을 테니까.”
에세이집 작업은 생각보다 감정적인 일이었다.
단순히 문장을 고르는 게 아니라,
그 문장에 담긴 순간을 다시 꺼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건 어때요?”
준혁이 적어 내려간 문장을 보여줬다.
_“그녀가 책을 고를 때의 표정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확신이었다.”_
소연은 그 문장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거… 너무 예쁘다.
나, 그런 표정 짓고 있었구나.”
그날, 두 사람은 책방 한쪽에 앉아
서로의 기억을 꺼내고,
그 기억을 문장으로 엮었다.
밖은 초여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펜 소리만이 흐르고 있었다.
“소연아.”
준혁이 조용히 말했다.
“이 책이 나오면,
우리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을지도 몰라.
그게 조금… 떨려.”
소연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떨려도 괜찮아.
우린 이미 서로에게 닿았으니까.”
그날, 두 사람은
글이 되는 마음 속에서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이해했고,
그 이해는 곧 사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