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문장
“출간일이 확정됐어요.”
준혁이 말했다.
“다음 달 초, ‘달빛 서재: 조용한 문장들’이라는 제목으로 나와요.”
소연은 조용히 책방을 둘러보았다.
이 공간에서 태어난 문장들이
이제 책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다는 사실이
설렘과 함께 묘한 떨림을 안겨주었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소연의 말에 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의 문장은 조용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오래 붙잡을 수 있어.”
그날, 두 사람은 책방 구석에 앉아
출간 기념 낭독회를 준비했다.
소연은 자신이 직접 읽을 문장을 고르며
조심스럽게 마음을 꺼내놓았다.
> “이 공간은, 내가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 조용히 등을 밀어준 작은 기적이었다.”
준혁은 그 문장을 듣고,
잠시 말이 없다가 조용히 말했다.
“소연아,
이제는 그 기적을 다른 사람에게도 건네줄 수 있어.”
그 말에, 소연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글을 더 써보고 싶어.
책방을 지키면서,
조금씩 내 이야기를 더 펼쳐보고 싶어.”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옆에서 지켜볼게.
네가 쓰는 다음 문장도,
그 옆에 내가 있을 수 있도록.”
밖은 초여름의 햇살이 부드럽게 퍼지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책이라는 새로운 시작 앞에서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했고,
그 마음은 다음 문장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