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38)

닿은마음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연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그는 낯선 얼굴이었지만,
손에 들린 책은 분명 ‘달빛 서재: 조용한 문장들’이었다.

“네, 제가 썼어요.”
소연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는 책을 품에 안고 말했다.
“이 문장 덕분에…
오랫동안 묵혀둔 감정을 꺼낼 수 있었어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공간이 있다는 건,
살아가는 데 큰 위로가 된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책방을 둘러보았다.
“이 공간이… 글보다 더 따뜻하네요.”

소연은 그 말에 마음이 찡했다.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운 일이었다.

그날 저녁, 준혁과 함께 책방을 정리하며
소연은 조용히 말했다.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너는 늘 조용히 사람들을 안아주는 사람이었어.
그게 글로도 전해진 거야.”

밖은 초여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재즈가 흐르고 있었다.

그날, 소연은
자신의 글이 가진 힘을 처음으로 실감했고,
그 힘은 앞으로의 길을 조금 더 밝게 비춰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