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사랑
“혹시… 자주 와도 될까요?”
며칠 전 낭독회에 왔던 남성이 다시 책방을 찾았다.
이번엔 조용히 책을 고르고,
창가 자리에 앉아 한참을 머물렀다.
소연은 그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편하게 계세요.
이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책방에 오면,
내 마음이 조금 덜 복잡해져요.
소연 님 글 때문인지,
공간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요.”
그 말에, 소연은 조용히 웃었다.
그가 머무는 자리는
예전에 자신이 처음 앉았던 자리였다.
그날 저녁, 준혁과 함께 책방을 정리하며
소연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손님… 뭔가 마음이 많이 복잡해 보였어.
근데 이 공간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아.”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너는 늘 그렇게 조용히 사람들을 안아주는 사람이야.
그게 이 책방의 온기고,
네 글의 힘이야.”
밖은 늦여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기타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새로운 인연이 조용히 스며드는 걸 바라보며
자신들이 만든 공간이
누군가의 마음을 품을 수 있다는 걸
조금 더 깊이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