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의 밤
“사람들, 생각보다 많이 왔어요.”
준혁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책방 앞엔 조용히 줄을 선 사람들이 있었다.
손에 작은 종이와 펜을 들고,
누군가의 문장을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연은 떨리는 마음으로 책방 안을 정리했다.
낭독회는 조용한 음악과 함께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읽을 문장을 다시 한번 되뇌었다.
“이 공간은, 내가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조용히 등을 밀어준 작은 기적이었다.”
낭독회가 시작되자, 책방은 숨을 죽인 듯 고요해졌다.
소연의 목소리는 작지만 단단했고,
그 문장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 듯했다.
중간에 한 손님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혹시… 이 문장,
‘그 사람의 말 한마디가 내 하루를 바꿨다’
그건… 실화인가요?”
소연은 잠시 멈췄다가, 조용히 웃었다.
“네.
그 말은, 제가 이 공간을 시작하게 만든 문장이에요.”
그 순간, 준혁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엔 자랑과 애틋함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낭독회가 끝난 뒤, 한 여성이 다가왔다.
“저… 이 책을 읽고,
오래 묵혀둔 글을 다시 꺼내보고 싶어 졌어요.
고맙습니다.”
소연은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책방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대가 되었다.
밖은 초여름의 밤공기가 부드럽게 퍼지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여운이 남아 있었다.
“소연아.”
준혁이 말했다.
“오늘 너, 정말 멋있었어.
이 공간도, 너도.”
소연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 함께 만든 거야.
이 공간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된 건,
준혁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야.”
그날, 두 사람은
낭독의 밤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했고,
그 마음은 다음 이야기를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