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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씨 Jul 26. 2020

무서운 이야기

한 번도 못 들어본 말

솜씨는 사람을 되게 불편하게 만들어요 계속 눈치 보이게 하고. 본인은 착한 줄 아는데 안착하거든요?


처음 들어봤다. 그것도 이렇게 눈앞에서 대놓고. 상담은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자리가 아니었다. 나를 위로하고 보살피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오히려 나를 몰아세우고 있다니. 무서워서, 그런 말을 들은 내가 싫어서 한참을 울었다.


상담 센터를 n 년째 다니고 있는 언니에게 연락했다. 아무래도 상담을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이 1도 없는데 상담 시작한 걸 진심으로 후회했다고. “안 그래도 연락 기다리고 있었어” 상담을 진로로 정하고 공부까지 했던 언니는 상담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했다.


대부분 우리가 생각하는 나를 지지해주고,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 상담도 물론 있지만, 이 센터는 지지보다는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고 그 변화를 위해서 내담자와 상담자는 감정의 공을 주고받는 연습을 한다고. 그 과정은 지금처럼 결코 쉽지 않지만 확실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라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 부분에서 충격을 받고 잠수를 타고 상담을 그만두기도 하는데 일단은 지금의 감정들을 꼭 상담자에게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나서도 힘들면 쉬어도 된다고….


29년 동안 나를 굉장히 좋아하고 아끼며 살아왔다. 상처 주는 사람이 있으면 미워하고 화를 내면서 나를 지켜왔고, 이 거친 세상에서 내가 믿는 건 나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상담 과정에서 내가 알지 못한 나의 다른 면을 보게 되었고, 그게 꼭 나를 더 이상 못 좋아하게 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온 거지. 나한테 문제가 있구나. 끝없이 자책하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다.


분명 이 과정이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고, 내 감정에 더 솔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저 두 문장으로도 무너져버린 내가 과연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나를 계속 좋아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심란한 일주일이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글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쓰긴 했지만 4일 뒤에 나는 상담 센터에 갈 수 있을까. 확실한 건 이제 ‘나를 돌아보고 싶다’라는 문장은 쉽게 쓰지 않을 것 같다. 진짜 나를 아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니까.


p.s 아빠에게 저런 말을 들었다고 했더니 고마워하라고 했다.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네가 맨날 책 읽고 글 쓰는 게 널 돌아보려고 한 거 아니냐고. 아무것도 아니면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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