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하고 후련한 퇴사 셀프 인터뷰
4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이직이 아닌 퇴사를 선택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쉬는시간을 가졌고, 그만큼 많은 것을 느꼈다.
형식적인 면접에서는 대답하지 못한 진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봤다.
왜 퇴사를 하게 되었나요?
A. 최근 1년 동안 일을 하면서 '나만 이상한 건가? 내가 잘못됐나?'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됐어요.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까지 들으니까 더 이상 나는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구나 하고 자존감이 낮아지더라고요. 이 분위기를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이직을 결심했어요. 아예 일을 쉬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거든요. (오히려 일을 너무 하고 싶었죠.)
그런데 제가 6년 동안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쉬면서 이직 준비를 해보자 하고 올해 맡은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퇴사하고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이었나요?
A. 어느 순간 제가 증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걸 깨달았어요. 앞서 말한 '내가 이상한 건가?'에서 시작된 결심이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는 이상하지 않아!'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봤을 때 멋있어 보이는 회사와 직무를 먼저 찾아봤던 것 같아요. 이런 저를 알아차리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어요. (보여지는 부분에만 맞춰서 이직을 준비하니까 당연히 면접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고요.)
두 달에 걸쳐 깨닫고 인정하니까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그 뒤로는 사람들의 기대가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더 집중해서 다음 스텝을 찾아봤던 것 같아요.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불안하고 조급 해졌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요?
A. 어느 날 아빠가 읽고 있던 공자 책을 주면서 보여준 구절이 있어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나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랴
남의 구미에 맞도록 나를 만들 일이 아니라 내가 세운 ‘나의 길’에 매진하여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되면 그에 합당한 자리가 자연히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나를 알아달라고, 나에게 자리를 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주체적인 인간, 내 인생을 내가 주도하는 인간이 되기를 권하는 것이다.
읽는 순간 더 이상 '남의 시선'에 맞춰서 면접을 준비하지 말자, 나를 포장하지 말자라고 다짐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던 것 같아요.
혼자 이겨내야 하는 시간이 많았을 것 같아요.
A. 저의 이런 고통받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응원해준 사람이 있어요. 힘든 면접을 봤던 날에 저한테 해주고 싶은 말을 녹음해놨더라고요.
꼭 직업을 갖고 있고 일을 하고 있을 때만 본인의 가치를 보여주는 건 아닌 것 같아.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의 내 모습은 이미 갖고 있는 거고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
지금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일하게 됐을 때 누구보다 일을 사랑하면서 할 거라는 걸 알고 (요즘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은 거 알지?)
그런 대단한 자신을 조금 더 아껴주고
여유를 가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정말 수도 없이 들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아요.
-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곧, 내가 도전하고 싶은 직무와 나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빨리 일을 하게 되어서 기쁘지만 솔직히 그동안 쉽지 않은 순간이 더 많았어서 꼭 기록하고 싶었다.
어찌 되었든 제때 잘 멈췄고, 돌아보니 고마운 시간들이다.